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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회사 내 자체 연구 역량 강화를 앞세워 조직을 신설하거나 인재를 영입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에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석 자료나 지수를 발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회사의 이해관계가 여론과 정책에 반영되게 하려는 대관·홍보의 목적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권 설명을 들어보면, 케이비(KB)금융지주 산하의 케이비경영연구소는 올해 초 연구소장 직속에 금융정책·제도 연구센터를 신설했다. 기존에도 연구소장 직속으로 국내외 시장을 분석하는 금융경제 연구센터, 지정학적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지정학 연구센터 등이 있었는데 새 조직을 추가한 것이다. 케이비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0월에도 연구소장 직속으로 소상공인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제2금융권에선 비씨(BC)카드의 신금융연구소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비씨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가장 가맹점이 많다는 특징을 살려 월별로 카드소비 데이터를 업종별로 분석해 에이비시(ABC) 리포트를 내고 있다.
케이비금융지주와 비씨카드 외에도 하나금융연구소(하나은행), 우리금융경영연구소(우리금융지주) 등이 금융권의 대표 싱크탱크 조직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시니어 대상 영업을 강화하는 은행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 10월 하나더넥스트연구센터를 새롭게 만들고 연금·요양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12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지주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다.
연구 역량 강화는 먼저 브랜드 인지도 강화라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회사에서 만든 연구 자료가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면 자연스레 브랜드의 차별성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케이비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 케이비부동산이 내놓는 실거래 자료가 재산분할 등 각종 소송 등에서도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연구 조직의 결과물을 통해 금융 정책에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욕이 더해진다. 비씨카드 신금융연구소는 최근 한국국제경제학회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학회가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도 발표자로 참여해 금융사가 단순히 외국에 진출해 여·수신 사업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결제 시스템 같은 금융 인프라를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각 업권별 협회가 금융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당국과 소통하는데 업계 의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연구 조직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시도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관치’ 관행이 강한 금융 정책 측면에서 가끔 파열음이 일기도 한다. 한 금융권 연구소가 보고서를 작성해 금융당국의 감독 방침이 “지나치게 공공적 역할만 강조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낸 사실이 회자된 뒤, 김주현 당시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고서는) “그냥 무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조직 신설은 고위 관료를 영입하는 통로로도 이용된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산하 연구소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됐다. 케이비경영연구소도 금융정책·제도 연구센터를 만들면서 국정원 출신 인사를 센터장 겸 연구소 부소장으로 영입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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