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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한 소규모 토종닭 농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
가금류와 야생조류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되며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종의 경계를 넘어선 감염이 증가하면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해 코로나19에 이은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12일 ‘조류 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을 열고 국내·외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현황 및 팬데믹 위험 분석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젖소와 사람을 포함한 감염이 확산되고 있고 국내서도 고양이가 감염된 사례가 나오는 등 세계적으로 종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는 H5N1형 고병원성으로 1959년 최초 발견됐다. 1997년 사람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토착화되면서 인체 감염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인간 외 포유류가 감염된 사례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농장의 돼지에서, 올해는 영국 북동부 요크셔 농장의 양에서 처음으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김남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이 증가하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유전자 재조합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경우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조류 인플루엔자가 팬데믹을 일으키는 등 대규모로 확산될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동물 간의 전파만 이어지는 단계에서 선제적 대응을 할 경우 보다 효과적이면서 낮은 비용으로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캐나다에서 10대 청소년이 H5N1 D1.1 유전자형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으킨 데 이어 미국에서 D1.1 바이러스로 인한 첫 사망이 보고됐다”면서 “이는 미국 젖소에서 감염되어 경미한 호흡기 증상을 보였던 B3.13 유전자형과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로, 향후 돌연변이로 진화한다면 사람 간 전파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며 팬데믹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인체 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달 수립된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 따라 세부 이행 계획을 실천하며 보다 구체적인 대비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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