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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대체로 장밋빛 청사진으로 도배된 공약 보따리다. ‘퍼주기’ 항목은 많지만 미더운 재원조달 방안은 잘 보이지 않으니 혀를 차게 된다.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선거 다음 날부터 곧장 직무 수행에 들어간다. 국정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집으로 유권자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 무책임한 정치 집단이 그 막중한 책무를 질 수 있나. 대선 후보와 선거 캠프는 과연 준비돼 있는지, 자격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개한 10대 공약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항목들로 채워졌다. 기본소득·기본사회 공약은 빠졌지만 대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이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만들겠다며 인공지능(AI)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모태펀드 예산, 벤처스타트업 R&D 예산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실행력과 연결되는 재정 방안이다. 이 후보 측은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년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10대 공약의 재원조달방안이 다 이같이 돼 있다. 모든 정책의 재원조달 방안이 같다는 것은 재원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호 공약으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규제 혁신을 중시했다. 100조 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은 민주당 공약과 대동소이하다. 경제 공약은 대부분 감세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많은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것은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다. 감세 공약은 그 자체로는 재정이 필요 없지만, 세수가 줄어들기에 결과적으로 재정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청년대출 등 ‘2030 정책’과 신·구 연금 분리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공약을 내놓았다. 해외 이전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 촉진책도 있다. 해당 기업이 국가 산단으로 복귀할 경우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기간을 최대 10년으로 한다는 방안이다.
한국 경제는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역성장이다. 현재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19개 국가 중 꼴찌다.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15년 뒤 0% 안팎으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경제5단체가 AI 역량 강화 등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4대 분야 100대 과제를 담은 정책 제언집을 내놨을까.
국가 운명을 좌우할 6월 대선이 포퓰리즘 바람에 휩쓸리는 것은 정치권이 유권자를 우습게 봐서 생기는 일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성장률 꼴찌’ 국가의 대선 아닌가.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이 땅에서 재연될지도 모른다. 국력도, 민생도 망가진 남미권의 참담한 드라마가 펼쳐질 수도 있다. 대선 후보들은 국가와 경제 체질, 민생을 살릴 제대로 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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