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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속도로부터 탄소세까지…대선 후보들 ‘기후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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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속도로부터 탄소세까지…대선 후보들 ‘기후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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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2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2교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12일 대선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핵심 10대 정책공약들을 보면,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후보를 제외하면, 기후·환경·에너지 관련 공약은 전반적으로 하위 순위에 있거나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전에 견줘 “사실상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영국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공약을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 우선 순위로 제시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열 번째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을 제시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여덟 번째 공약인 ‘재난에 강한 나라,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일부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공약에는 ‘기후’ 내용이 아예 없었다.



권 후보의 기후 공약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률 목표(NDC) 2018년 대비 70%로 상향”, “2035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비중 60% 달성”, “2030년 탈핵” 등 구체적인 목표와 시점을 담았다. 이런 과정을 총괄할 정부 부처로 기후·에너지·산업을 다루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이해당사자 참여를 늘린 대통령 직속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설치와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연구기관 설립 등도 제시했다.



원전(핵발전소)에 대한 입장도 뚜렷하게 밝혔다.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2040년 탈핵을 달성하고, 수명이 만료된 핵발전소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원전진흥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개발·투자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안도 있었다. 한국전력(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을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하고, 에너지 전환을 맡는 공사를 광역 단위로 설치하자는 제안도 담겼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의 탈탄소 전환”을 목표로 제시하고, 선진국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 경제 성장을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을 이행 방법으로 내걸었다. 이중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는 2040년 석탄화력 폐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얻는 발전 수익을 주민들이 소득으로 향유하는 ‘햇빛·바람 연금’ 확대 등을 통해 이루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인 에너지고속도로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다만 전반적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내놨던 공약들이 반복되고 있고, 구체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을 공약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함께 제시되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2대 총선 때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2%로 제시한 바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2035년 감축 로드맵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만들겠다는 건 윤석열 정부조차 밝혀왔던 것으로, 이 정도 공약은 ‘아름답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자’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위원은 경제·산업 영역을 포함해 이 후보의 이번 공약에 원전 관련 언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을 짚으며,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정책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임 윤석열 정부가 대형 원전 2기 등을 새로 짓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 상태라, 별도의 언급이 없다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환경 분야에서는 이 후보 공약이 다른 후보들에 견줘 좀 더 눈에 띄었다. “육지와 해양의 생물다양성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Rewilding)와 수질개선 추진” 등이 제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자연생태계의 복원 방법을 강조한 것으로, 전 지구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의 취지에 따라 그 복원 방식(재자연화)까지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선대위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선대위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달리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10대 공약에선 ‘기후’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 후보 공약에서 ‘기후’란 단어는 “기후재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는 등 재난 관련 정책을 제시한 8순위 공약에만 등장한다. 기후 정책의 핵심 목표인 탈탄소화, 탄소중립 등에 대한 언급도 없다. 2순위 공약 “에이아이(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에서는 에이아이 산업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 건설과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등으로 “원전 비중 확대”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 역시 “에너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 제고”,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분산 에너지 활성화”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 10대 공약엔 아예 ‘기후’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외려 산업자원통상부와 중소기업벤처부를 통합해 ‘산업에너지부’로 일원화하고 국토교통부, 환경부를 통합해 ‘건설교통부’로 만들겠다는 정부 조직 개편 관련 공약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대선 공약에서 기후 관련 정책들은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것이 기후·환경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책 순위가 이전보다 밀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위기 대처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뤄내겠다”며 세 번째 공약으로 기후 대응안을 내놓았었다. 당시 국민의힘도 기후 공약을 열 번째로 거론했고, 녹색정의당은 기후 관련 공약이 정책 목록 첫 번째였다.



다만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 후보들이 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언급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예산 규모와 조달 방안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다음주 중앙선관위원회 티브이 토론에서 듣고 싶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지숙 기자 sn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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