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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한 의대 트리플링, 헛도는 정부대책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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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한 의대 트리플링, 헛도는 정부대책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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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거부 등으로 올해 유급이 확정된 인원이 전국 40개 의대에서 8305명에 달한다. 전체 의대 재학생 1만9475명의 42.6%나 된다. 이로 인해 기존 재학생(24·25학번)과 내년 의대 신입생(26학번)까지 3개 학년이 1학년 수업을 함께 듣는 '트리플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료계는 최대 1만명으로 추산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면 교육의 질 악화 우려가 커진다. 본과생 역시 유급이 많아 실습 수업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부실한 교육이 미래 K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의대 교육 혼란은 유급·제적을 막으려고 원칙 없이 대응해온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의대생 복귀가 힘들어지자 6년의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가 여론 반발에 철회했다. 서울대가 집단휴학을 승인하자 미복귀 의대생들의 2025학년도 복귀를 조건으로 '동맹휴학 불가' 방침을 접기도 했다. 올해는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을 3058명으로 동결했지만 복귀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20~30%에 그쳤다. 정원 동결을 내주고도 교육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셈이다.

이번엔 트리플링 우려가 커지는데도 문제없다고만 한다. 교육부는 12일 "내년 수업을 들을 1학년은 군 휴학 등을 감안하면 1만명이 아닌 5500~6100명"이라며 "예과 교육에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본과 교육도 지역 의료원, 임상실습 병원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지만 순순히 믿기는 어렵다.

의대 교육 파행은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과 이들을 계도하지 못한 학교 책임도 크다. 의대 증원을 멈췄는데도 여전히 정부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수업을 걷어찬 학생들은 정상이 아니다. 공부 본분을 다하지 않는 학생은 학칙에 따른 엄정 조치가 정도(正道)다.

뚜렷한 해법을 찾을 때까지, 정부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학교 측과 협력해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문제없다'는 립서비스만 반복해선 안 된다. 헛도는 대책으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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