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통합정부 만들어 전진하자는 말씀 깊이 공감"
"난국에 이념·진영이 국익·국민 행복보다 중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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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낭만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제시했던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를 겨냥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홍 전 시장에게 손짓하는 듯한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하의 글에서 "홍 선배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특히 좌우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라고 썼다. 이어 "첨단산업강국을 위한 규제혁신, 첨단기술투자 확대, 모병제 등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서 "이 난국에 이념이나 진영이 국익이나 국민 행복보다 중요하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는 "어떤 정당이나 누구를 지지했든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잘 다녀오시라.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고 썼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에 대해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었다"라며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솔직히 이번 대선에서 제게는 홍 선배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라고도 고백했다.
이 후보는 "하지만 선배님과 일합을 겨룬다면 한국 정치가 지나친 사법화에서 벗어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라면서 "그런데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오신 홍 선배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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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출자들의 소감을 듣는 모습. 이날 그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국회사진취재단 |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홍 전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최근 홍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그분이 저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도 하고, 가끔 저한테 미운 소리도 해서 제가 삐질 때도 있긴 한데 그분은 나름대로 자기의 입장을 그런대로 유지해 온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을 향해 "협력해야 한다. 같이 할 길을 찾아야 한다"며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더 나은 국민의 삶, 더 나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후 이 후보는 "내각을 같이 꾸린다거나 하는 구체적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에 대해 걱정된다는 점을 서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과거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시절 홍 전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글도 재조명된다. 이 후보는 2018년 4월 SNS에 글을 올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을 떠나주시라"라고 했었다. 홍 전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주장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한편 홍 전 시장은 이날 SNS에 "30년이나 정치를 했는데도 어쩌다가 한 X한테 두 번이나 사기를 당했다.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낯을 들고 다니기가 창피하다"라고 썼다.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네가 이재명에게 한 짓보다 열 배나 더 혹독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며 "그래 이재명 나라에서 한번 살아 보라"고 적었다.
홍 전 시장은 전날(11일)에도 당 지도부의 의결로 선출이 취소됐던 김문수 후보가 지위를 회복한 이후 "이제 대선 경선판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권영세, 권성동과 박수영, 성일종은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썼다. 실명이 거론된 이들은 한덕수 전 총리 출마와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했던 인사들로, 모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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