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이 전 세계 2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 결과)를 기록하는 건 20년 전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 등 디지털 전환(DX)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전환(AX)이 그다음인데 우리는 데이터센터와 알고리즘 개발 같은 인프라를 깔지 못했다.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제조업 회복, 기술 경쟁력 구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회복인데, 그 중심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와 피지컬 AI(Physica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가 있다”라며 “마라톤을 100m 달리기 속도로 뛴다는 생각으로 AI 기술 추격 전략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AI 경쟁력을 구성하는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 인력 등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정책이 있어야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최소 3위는 할 수 있다는 게 고 본부장 설명이다.
고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살길이다” “AX 경쟁력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최우선 과제로 확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AX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태봉 iM증권 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제조업 회복, 기술 경쟁력 구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회복인데, 그 중심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와 피지컬 AI(Physica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가 있다”라며 “마라톤을 100m 달리기 속도로 뛴다는 생각으로 AI 기술 추격 전략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AI 경쟁력을 구성하는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 인력 등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정책이 있어야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최소 3위는 할 수 있다는 게 고 본부장 설명이다.
고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살길이다” “AX 경쟁력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최우선 과제로 확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AX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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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iM증권 리서치 본부장- 연세대 경영대학원, AAP(Advanced Analyst Program), 현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그랜드챌린지 위원, 현 민관합동 ‘Tech2Biz포럼’ 위원,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룹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 연구개발 심의위원 |
한국 경제 생산성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생산성 둔화에서 찾아야 하나.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상황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 등 DX 노력을 유지했다. 그게 우리가 살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으로 한국은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 디지털 경쟁력 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가 있어서 열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DX 다음이 AX인데, 우리는 데이터센터와 알고리즘 개발 같은 인프라를 깔지 못했다.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인 건 미국과 중국 말고는 어느 나라도 AX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제조업 회복, 기술 경쟁력 구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 회복인데, 그 중심에는 소버린 AI와 피지컬 AI가 있다.”
제조업 경쟁력 확보, 생산성 개선과 AI가 무슨 연관이 있나.
“피지컬 AI는 말 그대로 AI 기술을 실제 물리 환경에 구현한 것이다. 생산성을 개선하자고 할 때 많은 사람이 ‘주 52시간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말한다. 그런데 피지컬 AI가 도입되면 이런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AI가 탑재된 로봇이나 기계는 주 52시간을 지킬 필요도 없고, 파업도 하지 않는다. 피지컬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제조업 역량을 잘 지켜야 한다.”
제조업 역량을 지킨다는 게 무슨 말인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생각해 보자.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은 AI 기술은 있지만 제조업 역량이 없으니 AI 드론, AI 잠수정 같은 피지컬 AI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반면 제조업 역량이 있는 중국은 무인 드론, 무인 잠수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조업 역량이 있어야 발전한 AI 기술을 물리 세계로 옮겨올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아직 제조업 경쟁력이 있다. 특히 해군력의 중심인 조선 기술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역량을 잘 지킨 상황에서 AI 기술을 개발해 피지컬 AI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기술 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기술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도 AI가 있다. AI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선도 업체와 협력과 자체 개발이다. 그런데 선도 업체와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드론 기술은 중국이 세계 1위인데, 군사용 드론을 중국 업체와 협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이미 기술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 결국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 협력과 자체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체 AI 기술을 확보하는 소버린 AI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선도 업체와 협력하더라도 우리 기술이 있어야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첨단·국방 등에서는 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만큼 소버린 AI 개발은 필수다.”
첨단산업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동시장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미국의 어마어마한 자본, 중국의 14억 노동력과 직접 경쟁해서는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 그러니 우리는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시장 정책도 비슷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일할 때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아닐 때는 충분히 쉬는 집중 근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정책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교육정책은 다른 말로 하면 인재 확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이 2008년부터 정부 주도로 진행한 해외 과학기술 석학 유치 프로그램 ‘천인 계획’을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미국 영주권을 500만달러(약 71억원)에 판매하는 ‘골드 카드’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어떻게 영주권을 돈으로 팔 수 있냐’ 고 비판하지만, 미국 기업이 인재를 흡수할 좋은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70억원을 들여서라도 전 세계에 있는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면, 다르게 볼 수 있다. 다행인 건 우리에게도 해외에서 고등 학문을 배운 인재가 많다. 그들을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6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어떤 산업 정책을 펼쳐야 할까.
“AI 경쟁력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최우선 과제로 확보해야 한다. 마라톤을 100m 달리기 속도로 뛴다는 생각으로 AI 기술 추격에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 실패하면 기회가 없다.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AI 경쟁력을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경쟁에서 저만치 앞서 있다. 다행인 건 선택과 집중하면 충분히 3위는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 빼놓고는 모든 나라가 제대로 된 AI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쫓으면서 독일과 일본을 앞서겠다는 3위 전략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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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Sovereign AI)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를 말한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데이터가 AI에 집중된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유출되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다소 기술력이 떨어져도 소버린 AI를 개발해 안보와 직접 연결된 국방, 공공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Plus Point
“생성 AI 다음은 피지컬 AI… 올해가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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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AI(Generative AI)의 다음 단계는 로봇·자동차 등 실물을 움직이게 하는 ‘피지컬 AI’가 될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 가전 박람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봇, 자율주행과 같이 눈에 직접 보이는 방식으로 삶을 바꾸는 기술을 피지컬 AI라고 정의하면서 ‘차세대 물결’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올해를 피지컬 AI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피지컬 AI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속에만 존재하던 AI가 로봇 같은 기계에 탑재돼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기술을 말한다. 챗GPT 등 기존 생성 AI의 경우 주로 인간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적인 형태로도 AI를 구현할 수 있다. 피지컬 AI를 대표하는 기술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다. 휴머노이드, 미래 로봇을 피지컬 AI라고 통칭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휴머노이드는 센서, 정밀 제어, 배터리 등 첨단 기계 기술에 AI가 결합한 최첨단 기술 집약체다.
인체 수준의 정밀한 물리력을 구현하는 신체 지능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인간을 대신해 활동할 수 있다. 생성 AI가 피지컬 AI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인 AI 에이전트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AI 에이전트는 AI 스스로 문제를 이해해 의사 결정을 거친 후 자율적으로 계획 및 실행하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기존 생성 AI가 입력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해 실행한다면 AI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 기술인 AI와 하드웨어인 휴머노이드가 결합하는 중간 단계 기술이다. AI 에이전트의 핵심은 사람을 대신해 AI가 직접 의사 결정을 하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면 피지컬 AI는 기본적으로 AI 스스로가 판단해 실행한다.
이코노미조선=윤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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