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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승리’가 필요한 세 가지 이유 [박찬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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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 토허구역 실거주 의무 위반 점검…위반시 이행강제금"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후보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후보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수 | 대기자



지난 주말의 국민의힘 막장극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보수 세력 욕망이 얼마나 강하고 집요한지를 드러냈다. 오죽하면 새벽 2시에 후보선출 공고를 내서 ‘한덕수 국민의힘 후보’를 만들 생각마저 했을까. 적법하게 뽑힌 김문수에게서 후보직을 뺏으려 한 이유는 단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안된다’는 그릇된 집착이다.



12·3 내란이 실패했음에도 계엄을 옹호하고 정권 교체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군 통수권자 명령을 수행한 지휘관들은 감옥에 갇혀 있는데, 그 지시를 내린 ‘내란 수괴’는 반려견과 함께 버젓이 한강 공원을 산책하는 게 현실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재판을 무리하게 앞당기며 국민 지지율 1위 후보를 선거에서 배제하려 시도한 건 또 다른 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치를 뒤덮은 ‘반 이재명’의 우산 속에서 보수 기득권 세력은 모든 불법과 편법, 시대착오적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다. 조국을 타깃 삼아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윤석열처럼, 지금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그렇게 하고 있다. 자신을 내치려 한 친윤 세력의 손을 부여잡고 ‘빅텐트’를 외치는 김문수의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냉정하게 국민의힘 안에서도 김문수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문수 캠프의 핵심 인사는 “한동훈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선거 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재밌는 건, 김문수가 끝까지 버틴 이유도 당권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라고 그 반대편에선 본다는 점이다. 코 앞의 선거보다 전당대회에 몰두하는 건, 당권만 잡으면 기사회생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초유의 후보 교체 막장극으로 국민 신뢰는 땅에 처박혔다. 그래도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걸 헛된 미망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지난 수십년간 국민의힘은 그렇게 상대 실수와 잘못에 기대 선거 승리를 꾀하는 ‘반사이익 정치’에 길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12·3 내란의 반성 없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오만과 착각, 시대착오적인 주류 의식에 분명한 심판이 될 것이다. 대선 패자를 겨냥한 전례 없는 검찰 수사에 이어,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서둘러 결정한 건 오만함의 극치다.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후보를 바꾸면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착각이다. 민주주의는 공동체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국민 다수에게 맡긴다는 합의에 기초한 제도다. 선거란 바로 그 국민 선택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다. 지극히 상식적인 원리를 부정하려는 모든 세력에게 이번 대선은 분명한 경종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의힘이 참담한 소동을 벌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선거운동에 나서는 건, 그래도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반대하는 30~40%의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이걸 기반으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실수나 잘못을 끌어내면, 언제든지 정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는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새로운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늘 반사이익에 기대서 권력을 거머쥐는 데 몰두해왔다. 외환위기로 나라를 무너뜨렸어도 다음 대선에선 거의 집권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런 식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5년 뒤엔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번엔 그런 잘못된 심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건전한 보수의 탄생과 성장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국민 절반을 훨씬 넘는 지지를 받아야 새 정부가 법적·정치적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과거와 달리 야당 또는 언론과 어떤 ‘허니문’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법원이 직접 나서 판을 깔았으니 보수 세력은 첫날부터 법적 논란을 제기하며 달려들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와 국내 경제 모두 1997년 외환위기 못지않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국민의 강한 신뢰를 받는 대통령의 탄생은 국제사회에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을 과시하고 통상 문제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은 이는 2012년 박근혜 후보(51.55%)가 유일했다. 이번 대선에선 그걸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인 당선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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