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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노가 일본프로야구에서 거둔 성과는 모두가 인정했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무려 136승을 수확했고, 2.43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앞서 일본에서 미국으로 간 선수들과 비교해도 평균자책점은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4년 전 메이저리그 도전 당시 발목을 잡았던 문제에 대한 회의감은 여전했다. 구위가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시선이었다.
일본에서도 오타니 쇼헤이나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처럼 시속 160㎞를 던질 수 있는 파워 피처가 많이 늘어났다. 이들은 구속으로도 화제를 모으며 미국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스가노는 적어도 구속에서는 그렇게 내세울 게 없는 투수였다. 최고 시속 150㎞ 정도의 공을 던지는데, 이는 일본에서는 모를까 메이저리그에서는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 구속이었다. 이 때문에 스가노가 미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런 스가노는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볼티모어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스가노는 시즌 첫 8경기에서 46⅓이닝을 던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정착 중이다. 평균자책점, 승수 모두 인상적이다. 여기에 9이닝당 볼넷 개수도 1.6개에 불과하다. 특유의 제구력이 살아있다. 지난 49년간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가 개막 첫 8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0 이하, 9이닝당 볼넷 개수 2.0개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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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스가노는 안정적인 이닝 소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느린 공(?)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한다. 역시 제구력이 좋다. 보더라인 피칭을 할 줄 안다. 여기에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모든 구종들을 다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93마일짜리 패스트볼이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가노는 포심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전체 18%밖에 안 된다. 평균 92.4마일(148.7㎞)의 패스트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대신 스플리터(24.9%), 스위퍼(18.9%), 커터(14.3%), 커브(12.6%), 싱커(11.3%) 등 다양한 구종을 고루 던진다. 6가지 구종 모두가 구사 비율 10% 이상이다. 타자들의 헛스윙을 확실하게 유도할 수 있는 구종은 없지만, 빗맞은 타구들을 유도하며 성공하고 있다. 헛스윙 비율은 19.6%로 낮은 편(메이저리그 하위 14%)이지만, 타자들이 존 바깥으로 떨어지는 공에 끌려 나올 확률(메이저리그 상위 22%)이 31.5%로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는 상대의 좋은 타구를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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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동양인 투수들에게는 하나의 좋은 교본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서양인에 비해서는 구속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일본이나 KBO리그도 구속 혁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그래도 평균은 미국과 많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스가노는 구속에 의지하지 않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류현진(38·한화)도 90마일 수준의 패스트볼로도 제구력과 커맨드, 그리고 구종의 완성도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구속이 중요한 시대지만, 또 다는 아니라는 것을 이 베테랑 투수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곱씹어 볼 만한 투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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