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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만들자" 통일교 2인자, 건진법사에 문자 후 캄보디아 총리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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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만들자" 통일교 2인자, 건진법사에 문자 후 캄보디아 총리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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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본부장에 김광용 행안부 대변인

건진법사에게 "큰 그림을 만들어보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통일교 고위 간부가, 건진법사에게 문자를 보낸 직후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 통일교가 추진하는 메콩강 개발 사업에 관해 논의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에게 금품을 건네고, 정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을 지원받으려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큰 그림" 발언 직후 캄보디아 총리 만난 통일교 2인자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2월 17일 건진법사와 "큰 그림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 2022년 12월 17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건진법사 문자메시지. 검찰이 윤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복원했다.
○ 윤영호 전 본부장 :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시어요.
그리고 PF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다녀와서 희림 대표도 같이 한 번 뵐께요.

● 건진법사 : 넵.금융권은 윤한홍의원이 해결 할수 있어요.
- 2022년 12월 17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건진법사 문자메시지


윤 전 본부장이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 대출을 일으킬 것이라며 산업은행을 거론했고, 건진법사는 자신과 친분이 깊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권에 힘을 쓸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즉,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두고 '큰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던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와 "큰 그림" 문자를 주고받은지 3일 후인 2022년 12월 20일, 그는 통일교가 운영하는 NGO 세계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UPF) 사무총장 자격으로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을 방문해 훈센 당시 총리를 만났다. 훈센은 1985년부터 2023년까지 캄보디아 총리를 지낸 독재자로 현재는 캄보디아 상원의장이다. 현직 캄보디아 총리는 그의 아들 훈마넷이다.


▲ 2022년 12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에서 훈센 캄보디아 당시 총리(오른쪽)와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훈센 페이스북)
훈센 총리의 2022년 12월 20일 페이스북에는 "윤영호 박사가 훈센 총리에게 '메콩 평화공원 프로젝트' 추진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며, 훈센 총리의 고견을 요청했다"며 "훈센 총리는 '메콩 평화공원 프로젝트'에 대해 윤영호 박사에게 계속해서 협의와 준비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고 적혀있다.


'메콩 평화정원 프로젝트'는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월 훈센 총리에게 제안했던 개발사업이다. 훈센 총리는 2022년 1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영호 박사가 캄보디아에 '메콩 평화공원'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메콩강 지역의 평화를 위한 중요한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UPF의 '피스서밋 2023' 행사에서 윤 전 본부장은 메콩강에 ODA 자금으로 메콩 평화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일환으로 통일교 산하조직인 '아시아·태평양 유니온'의 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륙문명과 하천문명과 해양문명의 젖줄인 메콩리버. 메콩강 핵심부지 골든아일랜드에 아시아태평양유니온본부를 건립하는 메콩 피스파크 프로젝트는 이미 실체적 건립을 위한 대항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로 진행될 이 프로젝트에...
- 2023년 5월 '피스서밋 2023' 윤영호 전 본부장 발언


통일교는 최소 지난 2018년경부터 UPF를 통해 훈센 총리와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에는 훈센 총리가 UPF의 공동 명예의장을 맡았고,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UPF의 사무총장을 지내며 수차례 훈센 총리를 만났다. 훈센 총리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함께 2022년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렸던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때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직접 훈센 총리에게 '선학평화상' 설립자특별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건진법사, 통일교 2인자에 윤한홍 소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건진법사는 훈센 총리를 만나고 돌아온 윤 전 본부장에게 윤한홍 의원을 소개했다.


▲ 2022년 12월 27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건진법사 문자메시지. 검찰이 윤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복원했다.
건진법사는 2022년 12월 22일 윤 전 본부장에게 "윤한홍의원, 대한체육회장과 점심 약속이 있다"며 합석을 권했다. 윤 전 본부장은 12월 26일 "송구하지만 내일 오찬은 제가 참석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거절하면서도 "나중에 윤한홍 의원은 별도로 뵙고 싶다"고 했다.

다음 날 윤 전 본부장은 건진법사에게 다른 식사 장소를 보내며 "윤한홍 의원도 같이 식사하면 어떻냐"고 물었고, 건진법사는 "윤 의원 참석한다"고 화답했다.


결국 윤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에게 언급했던 "큰 그림"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 평화공원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건진법사는 부동산 개발 PF 조달 등을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였던 윤한홍 의원을 윤 전 본부장에게 소개했다고 볼 수 있다.

통일교 측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에 있을 때 뭔가 해보려고 했던 것이지, 교단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적 일탈로 선을 그었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