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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주의의 분열과 싸우려면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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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주의의 분열과 싸우려면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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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을 둘러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을 둘러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인물이다. 그는 세계를 분열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해방의 날’에 부과한 관세는 전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 지형을 뒤바꿔놓았다.



최근 캐나다 총선에서 트럼프와 가장 유사한 보수당 후보는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병합과 가혹한 관세를 언급하기 시작한 이후 지지율이 폭락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졌던 집권 자유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고, 캐나다판 트럼프는 자신의 의원직마저 잃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반면 루마니아, 에콰도르, 독일 등지에서는 여전히 극우 세력이 성장세를 보이며 ‘트럼프주의’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달 초 한국 유권자들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당을 패배시키고 진보·개혁 성향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깊이 분열되어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은 불과 1%포인트 미만 차로 승리했다. 2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는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에 거대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서울 거리에는 수만,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각각 찬반 집회를 열며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이미 분열된 사회에 트럼프주의라는 정치 프로그램, 이른바 거짓 정보, 독성 민족주의와 여성 혐오, 그리고 만연한 외국인 혐오가 뒤섞인 혼합물이 바이러스처럼 한국 우파에 퍼져 나갔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도난당한 선거’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어내며, 심지어 미국 연방의사당에서 벌어진 ‘1월6일 사건’을 연상시키듯 서울의 한 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에서 트럼프주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앞으로 20년 안에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백인 다수의 불안을 대변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보다 훨씬 더 동질적인 사회인 한국에서, 보수정당 지지자들 사이에 트럼프주의가 이처럼 열렬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근저에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대한 한국 우파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70년이 넘는 기간, 미국은 무역 파트너이자 민주주의 동반자이며 중국 세력을 억제하는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존 동맹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때 북한을 한국보다 훨씬 더 존중했으며, 관심도 기울였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동맹 관계의 핵심 요소를 기꺼이 훼손했다. 만약 진보 정치인이 북한 지도자에게 그런 양보를 했다면, 보수 세력은 그를 반역자로 몰아붙였을 것이다. 한국 보수 진영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그들은 야당을 친북적이고 친중적이라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운 자신의 불안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



6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분열된 국민을 마주하게 된다. 정치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환경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1위로 꼽혔다. 환경주의는 진보 이슈로 인식되지만, ‘자연 보전, 전통 가치 유지’ 등 보수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진영 간 다리를 놓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새 대통령은 평양과 워싱턴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할 준비를 하면서, 국내 분열을 극복할 길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은 에메랄드빛으로 포장되어 있다. 한반도, 아시아, 그리고 전세계가 녹색 원칙 위에서 하나로 뭉친다면, 분열의 세력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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