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 심교언 국토연구원장 인터뷰
“좋은 취지의 정책도 시장이 안 받아들이면 혼란만”
“복합 대전환기에 단일 해법 없어…장기적 정책 필요”
“최소 개입, 최대설득 필요…규제 안풀면 공급 안따라와”
“좋은 취지의 정책도 시장이 안 받아들이면 혼란만”
“복합 대전환기에 단일 해법 없어…장기적 정책 필요”
“최소 개입, 최대설득 필요…규제 안풀면 공급 안따라와”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공급을 줄이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자가당착입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실제로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공급을 가로막아 시장을 왜곡시키고 집값은 폭등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에 무게추를 둔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이같이 비판했다.
심 원장은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시장의 반응’이라는 결정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고 있다”며 “그 결과 시장의 혼란과 왜곡만 확대되고,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 부족과 정책 실행 동력 상실이라는 문제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 과밀화, 지방 소멸, 저출산·고령화, 월세화 가속, AI 도입, 초광역 교통망 확장 등 우리 국토가 유례없는 ‘복합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처럼 모든 구조가 동시에 바뀌는 시기엔 단일한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에 대응한 정책들이 당장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하고 ‘정책 수용성’ 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사진=국토연구원) |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에 무게추를 둔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이같이 비판했다.
심 원장은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시장의 반응’이라는 결정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고 있다”며 “그 결과 시장의 혼란과 왜곡만 확대되고,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 부족과 정책 실행 동력 상실이라는 문제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 과밀화, 지방 소멸, 저출산·고령화, 월세화 가속, AI 도입, 초광역 교통망 확장 등 우리 국토가 유례없는 ‘복합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처럼 모든 구조가 동시에 바뀌는 시기엔 단일한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에 대응한 정책들이 당장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하고 ‘정책 수용성’ 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AI 기반 연구 혁신,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국토연구원이 단순한 학술기관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실행력 있는 국가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다음은 심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강남 집값 급등 등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한 원인을 짚어본다면.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정책으로 가속화됐으며 시장 내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중요한 교훈은 정책의 의도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정책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나친 개입은 시장 왜곡을, 방임은 불확실성과 혼란만 야기한다. 핵심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정교한 개입과 효과적인 소통이 동반되지 않으면 ‘규제의 마약’처럼 오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더딘 이유는 무엇이며,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나?
△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은 정비사업이나, 행정 절차의 복잡성과 규제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허가 등 각종 절차 때문에 사업이 실제로 완료되려면 10년 이상 걸리는데 시차 때문에 정책 효과도 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행정 절차의 효율화가 선행돼야 하며, 기부채납 등 규제성 비용도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용적률 상향 같은 유인책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효과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토지가격 상승과 기반 시설 부족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량의 총합이 아니라,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적절한 공급이 이루어지는가다. 특히 강남 등 핵심 지역은 수요는 높은데 다양한 규제로 공급이 매우 제약된 상황이다. 정부는 기존 시가지 내 유휴지·노후지에 대한 고밀도 개발을 우선 추진해야 하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린벨트 일부 해제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공급 전략은 단기 수요 대응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수요 변화와 도시의 미래 비전까지 반드시 포괄해야 한다.
심교언 국토연구원장 (사진=국토연구원) |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 심화 문제의 원인, 해법을 짚어본다면.
△핵심 원인은 청년층이 해당 지역에서 살아갈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 이전이나 재정 지원 같은 단기 대책으로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지방 청년 1명이 해당 지역에서 교육, 취업, 주거, 가족 형성까지 생애를 완성할 수 있는 정착 사이클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이공계 분야에 대해 군 면제, 장학 혜택,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등 통 큰 유인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지방이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국토연구원은 설립 초기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물리적 국토개발을 주로 연구했다면, 지금은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진입,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등 복합적인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성 중심 국토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출생 시대의 균형발전 전략’ ‘탄소중립 대응 산업입지 정책 방향’ 등 미래지향적 의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장으로 재임한 1년 7개월 동안 연구 성과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현재 주택 시장은 단기적인 수요 조절만으로는 조정이 어렵고, 중장기 전략 전환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축소, 고령화에 따른 주거 형태 변화, 고금리에 따른 실수요 위축, 청년 및 1인 가구 중심의 수요 구조 재편 등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요 계층별 맞춤형 정책과 더불어 고령사회형 주거모델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몇 채를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라는 양적 접근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품질로, 어디에 공급할 것인가’라는 질적 접근이 핵심이 될 것이다.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보완할 점을 짚어본다면.
△그동안 정부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는데도 많은 청년들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청년 집단 내부적으로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설계된 정책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금은 결혼·출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청년, 다양한 경로로 삶을 설계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청년의 삶의 다양성과 눈높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설계 구조가 필요하다.
-월세가 가속화되고 전세가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전세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는 여전히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약 10% 수준에 그치지만,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약 25%에 달한다. 문제는 국가가 전세 제도에 과도한 보호와 혜택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시장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대시장 전반에 걸친 정책 균형 회복이다. 월세 세입자에 세제 혜택, 보증 제도 등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전세 제도는 보호 대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