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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머니투데이 고태봉iM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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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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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사진제공=iM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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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 보기가 겁난다.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워낙 변수가 많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익숙함과 결별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기존의 필터로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이, 시장이 되어간다.

CAPM(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가치는 경제, 정치, 사회적 요인 등 거시적인 변수에 의해 주도되는 체계적 위험과 개별 기업, 산업 또는 자산의 고유 위험에 해당하는 비체계적 위험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체계적 위험은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리면 아무리 서 있는 기업이 중심을 잘 잡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기에 분산이 어려운 위험요인이다. 비체계적 위험은 개별 기업 이슈로 분산이 가능하다.

최근엔 이 두 가지 위험 모두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미국의 선포로 주변국들 역시 전시상황에 놓였다.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문제로 확장된 이유는 이 두 국가가 각각 소비와 생산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공급망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장기적 문제다.

미국은 현재로서 G1의 위상이 굳건하지만, 경제, 외교, 과학, 국방 등 분야에서 언제까지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국 정치권은 이를 두고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닫히고 있다고 표현한다. 창이 닫히기 전 중국의 성장을 꺾지 못하면 14억 인구의 중국 약진을 막을 국가가 당분간 없을 것이란 초조함이 느껴진다. 중국 기업들의 압도적 제조 능력이 양산하고 있는 공급과잉이 글로벌 수요-공급의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란 공포도 지배적이다.

미국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단기 구호라면 중국은 2049년까지 G1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을 꾼다. 두 국가가 각오하는 전쟁기간이 다르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 10년간 천문학적 자금과 기술 투자를 통해 쌓아 올린 결과다.

앞으로 경제와 기술, 국방의 핵심은 '피지컬 AI(인공지능)'라는 한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DX(디지털대전환)에 비해 AX(AI대전환)의 영향력은 월등히 크고 강하다. 특히 물리 세계와 접목이 될 경우 인간이 수행하던 인지-판단-제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미국의 열악한 제조능력을, 향후 중국의 초고령사회 전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제조업은 한물간 산업이 아니라 미래의 꽃이다.


디지털·AI 대전환 같은 거대한 변화는 체계적위험으로 봐야 한다. 여러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 시장 전체의 자산가치 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중 패권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먼저 중국을 공격했다. 중국은 특유의 전략적 인내로 이를 버티고 있다. 미국의 힘이 빠지면 역공에 나설 것이다. 양측 모두 승패가 결정되기 전까지 멈출 수 없는 전쟁이다. 그 속에서 세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새로운 질서 속에서 기회는 또 싹틀 수 있다.

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한국은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 기술은 지금 어딜 바라보고 있는가?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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