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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선관위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극심한 단일화 내분 끝에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국힘 지도부는 10일 김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전 당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김 후보는 11일 중앙선관위에 국힘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김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2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국힘이 지난 24시간 보여준 후보 교체 시도는 막장극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9일까지 단일화 협상에 진척이 없자 10일 새벽 2시 30분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한 데 이어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동안만 새 후보 등록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한 후보가 입당 후 단독 입후보했다. 김 후보는 오전 9시 “불법 박탈”이라며 법원에 후보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 직후인 오전 10시부터 국힘 지도부는 후보 교체 당원 투표를 강행했다. 당원 반대로 무산되자 국힘 비대위원장이 사퇴했다. 새벽 후보 취소·등록, 법정 다툼, 투표 강행의 이전투구를 하루 새 전부 보여준 것이다.
국힘 지도부는 김 후보가 경선에서 뽑힌 지 3시간 만에 ‘한 후보와 사흘 내 단일화’를 요구해 김 후보 측의 반발을 샀다. 김 후보도 경선 내내 ‘한 후보와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해 당원들 표를 얻어놓고도 사실상 약속을 뒤집었다. 한 후보 역시 ‘후보 마감일인 11일 이전 단일화’만 외치며 김 후보를 설득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당 내부는 지도부와 후보들, 계파별로 갈라져 마지막까지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당 안팎에선 “대선은 포기하고 대선 후 당권을 장악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려고 싸우는 정당 같다”는 말이 나온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지금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은 다 합쳐도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명분 있는 단일화가 이 후보에게 반대하는 표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한 후보 단일화를 원했던 국힘 당원들마저도 후보 교체를 둘러싼 추태를 지켜보고는 반대표로 돌아섰다. 국힘은 지난 9일간 퇴행과 혼란, 무능만 반복했다. 처음부터 김 후보를 내세운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됐다. 자기 후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하나.
이재명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상대방이 자빠져. 그럼 이기는 거야”라고 했다. 이번 대선이 그런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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