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하루 만에 “과거 잊자”…‘후보 교체’ 후폭풍 속 봉합 시도 [이런정치]

金, 의원총회 참석해 “사과드린다” 큰절
당대표 권한대행 맡은 權 “똘똘 뭉치자”
선거운동 개시 앞두고 지지층 이탈 우려
한동훈·친한계 ‘權 사퇴-尹 출당’ 요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교체’ 사태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원 투표 부결로 후보 교체는 무산됐지만, 대선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두고 이견이 분출되며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다급히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나오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통령 후보로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했던 점에 대해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참석자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 후보는 “이제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화합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10일 새벽 당 지도부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도부와 정면 충돌했으나, 같은 날 밤 재선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가 최종 부결되면서 이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을 마쳤다.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도 의원들을 향해 “당원의 뜻이 김문수 후보에게 있는 만큼, 과거의 우여곡절은 다 잊고 김 후보를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 정권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재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4개월여 만에 권한대행직을 다시 맡게 됐고, 나경원·안철수·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의 단일대오를 주문하는 김 후보와 권 대행의 발언은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지층 이탈’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12일 0시부터 개시되는데, 이번 사태에 염증을 느낀 의원과 당원들이 적극적인 대선 운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망한 당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김문수(가운데) 후보와 황우여·권성동·안철수·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곳곳에서 분출되는 갈등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장 친한계를 중심으로 권 대행의 사퇴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다. 김 후보 이날 권 대행과 가진 비공개 차담에서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교체 요구를 일축했으나,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스스로 정하면 정리되고 갈 일을, 면전에서 그만두라 하기 난감한 후보에게 입장을 물었다”라고 비판했다. 친한계에서는 “‘알량하다’는 대선 후보 바꾸자고 단식까지 한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두고 선거를 치른다는 건 코미디(박정훈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 사태의 책임있는 모든 분들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한지아 의원)” 등의 메시지가 나왔다.

김 후보 지지 입장을 표명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다시 불붙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라며 “오늘처럼 윤 전 대통령이 결코 선거에 도움 안되는 공개 메시지를 계속 내면서 당에 관여하려는 상황에서는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친한계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입 다물길 바란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빨리 출당시키든지 정리해야 한다”고 적었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문수 후보 지지를 밝혔는데, 당 입장에서는 중도 확장을 가로막는 심각한 악재”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는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경선 후보 간 신경전도 계속됐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회의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지금은 개인의 입장이나 정치적 입장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한 전 대표는) 댁에 머무를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전선에 나와서 이재명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대열에 함께 해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한 전 대표가 선대위 합류를 고사하고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라방(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안 위원장은 지난 6일에도 “혹시 대선 패배 후 전대를 염두에 두고, 당권을 노리는 행보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