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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천하'로 끝난 한덕수의 대권 도전…단일화 파동에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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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내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05.11. /사진=뉴시스 /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내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05.11. /사진=뉴시스 /사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권 도전이 9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개헌과 통합, 통상 해결이라는 한 전 총리의 비전이 시대정신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무리한 후보 교체 과정이 역풍을 맞으면서다.

한 전 총리는 1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입장을 발표하고 "대선 출마 결정 전후 제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님과 지지자 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한덕수 캠프는 전날 밤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가 부결된 직후에도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서면브리핑을 낸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변경을 위한 당원 투표가 부결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뒤 취재진과 인사나누고 있다.  2025.5.11/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변경을 위한 당원 투표가 부결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뒤 취재진과 인사나누고 있다. 2025.5.11/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론은 지난 4월 초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고한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맞설 범보수 빅텐트를 칠 후보로서 호남 출신이자 통상 전문가인 한 전 총리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4월부터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한 전 총리 대망론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전 총리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다 지도부의 자제 요청으로 발표하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국민추대위가 발족됐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지난 1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서 사퇴 후 2일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출마선언에선 임기 3년 안에 개헌을 완료하고 총선·대선을 동시에 실시한 후 직을 내려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바로 개헌', '통상문제 해결',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등 3가지를 약속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주제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5.5.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주제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5.5.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한 전 총리는 대권 도전 첫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쪽방촌을 방문하고 광주 5·18 민주화묘지를 방문하는 등 통합 행보를 했다. 3일엔 대한민국헌정회를 방문해 정대철 헌정회장 등을 만나 반이재명 빅텐트가 아닌 '개헌 빅텐트'를 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도 만나며 빅텐트 논의를 이어갔다.

문제는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했다. 6·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후 빠른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거란 당 지도부의 기대는 빗나갔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공보물 인쇄 등 실무 일정을 고려할 때 7일까지 단일화가 끝나야 한단 입장이었지만, 김 후보측은 단일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반발했다. 김 후보가 당선된 날 지도부가 이를 축하하러 선거캠프에 방문, 단일화 논의를 언급하며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2025.05.08. /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2025.05.08. /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지도부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시종일관 한 전 총리와의 빠른 단일화를 약속했고 스스로 '김덕수(김문수+한덕수)'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 침해를 문제삼으면서 지도부와 충돌했다.

당 지도부는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 80%가 넘는 찬성 의견을 근거로 단일화 로드맵에 착수했다. 김 후보는 일주일간 선거운동 후 단일화를 하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넘긴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가 두 차례 회동을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도부는 후보 적합도 조사를 토대로 10일 새벽 대선 김문수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한 전 총리를 입당시켜 당 후보로 등록하는 초유의 '대선 후보 재선출'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2025.5.9/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2025.5.9/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정치권에선 애초에 무소속 후보인 한 전 총리가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 후보와 단일화하는 구상이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3억원 기탁금을 낸 김 후보가 순순히 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했어야 한단 것이다. 친윤석열계인 지도부가 무소속 후보인 한 전 총리를 무리하게 옹립하고, 한 전 총리가 무혈 입성하려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한 전 총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단일화를 당에 일임하지 말고 적극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한 전 총리측은 무소속 예비후보로서 국민의힘 단일화 논의에 개입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단 입장이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김 후보를 만나 직접 축하하며 포옹했다. 한 전 총리측은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도 이러진 않은 것으로 안다. 정치권의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로부터 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받았지만 확답을 하지 않았다.

당장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를 돕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다만 한 전 총리가 이번 대선판에 떠오르게 한 그의 능력과 개헌 연대라는 유산을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녹여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 총리측 핵심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외교·안보·통상 분야에서 수십년을 일하셨는데 그 네트워크와 자산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김문수 캠프에 달렸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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