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동훈 “친윤 구태정치 청산해야”… 권성동 유임에 계파 갈등 확전일로

서울흐림 / 20.5 °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가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
김문수, 오히려 권성동 유임하며 친윤계와 손잡아
친한계와 김문수, 갈등 불거질 수도...윤 거리두기 실패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제5차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양=하상윤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제5차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양=하상윤 기자


“친윤석열계 구태 정치를 청산하지 못하면 우리 당엔 미래가 없다.”

김문수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려던 국민의힘의 분란이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퇴하라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자신을 밀어내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옹립하려던 권 원내대표를 11일 유임시키며 친윤계와 다시 손을 잡았다. 대선을 앞두고 분열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한 전 대표가 선대위 합류를 거부할 정도로 친한계는 격앙된 상태다.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가뜩이나 수세인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지리멸렬하는 것은 물론,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충돌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은 친윤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를 '5·10 쿠데타 세력'으로 지칭하며 날을 세웠다. 이들은 "쿠데타 세력이 계속 자리를 보존하면 그것은 성공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10여 개의 글을 올려 친윤계 지도부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려면 친윤 쿠데타 세력에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친윤들은 보수를 망치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앞서 3일 경선 패배 이후 유튜브를 통해 지지자들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던 것과 딴판이었다.

친한계 조경태 송석준 김성원 서범수 박정하 등 의원 16명은 이날 새벽 성명서를 내고 "비상대책위원회는 무리한 결정으로 당원과 지지자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줬고, 무엇보다 대선에 큰 악재를 만들었다"며 "(권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량하다'는 후보를 바꾸자고 단식까지 한 사람(권 원내대표)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두는 것은 코미디"(박정훈) 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대선 후보 교체를 주도한 모든 비대위원과 원내 지도부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 사퇴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후보가 참석한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초 지도부 전원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할 계획이었지만, 비공개회의가 생략돼 일찍 끝나면서 무산됐다.

반면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지도부와 스스럼없이 다시 뭉친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당원 뜻이 우리 김문수에 있는 만큼 과거의 우여곡절을 다 잊자”고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도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적지 않은 친윤계 의원들은 중앙선대위원 명단에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당 사무총장에는 친윤계인 4선 박대출 의원을 내정했다. 한 초선 의원은 "친윤계가 한 전 총리를 더 선호했을 뿐 김 후보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은 친윤계와 완전히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김 후보의 거듭된 요청에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상태다.

그럼에도 김 후보가 끝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계속 부딪칠 가능성이 남아있다. 반대로 김 후보는 친윤계과 보조를 맞추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자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후보는 새 비대위원장에 중립 성향의 초선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 그는 앞서 10일 비대위가 김 후보 선출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도 참여했다. 당 주류와는 차별화된 행보다. 이에 친한계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