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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에도 저축은행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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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에도 저축은행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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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달 자금이동 점검 TF 발족 예정
한도 상향 앞두고 2금융권 '자금 쏠림' 점검
"수신경쟁 여력 없어... 머니무브 없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을 앞두고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한 상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그러나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에선 수신 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하는 분위기가 더 큰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예금보험공사·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자금 이동 관련 상시점검 TF를 발족할 예정이다. 당국은 9월 1일부터 예금자 보호한도를 각 금융기관당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을 추진 중인데 급격한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가 TF까지 꾸린 건 은행 대비 예금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오르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당국은 2금융권이 특판 등을 통한 수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2금융권에 과도한 자금이 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분야 투자확대가 늘어나면 전체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업계 양극화가 심해 대형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경우 소형 저축은행에는 유동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수신 경쟁에까지 뛰어들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8곳의 저축은행 신용평가 등급이 강등되거나 전망이 하향조정되는 등 업권 전체가 아직까지 부동산 PF 부실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도 퇴직연금 상품 판매 중단에 따른 일시적인 수신 방어 차원이라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까지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돼 신규 예치는 물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수신 규모 확대 효과보다 예금보험료 인상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40%로, 증권·보험(0.15%), 상호금융(0.2%)보다 높고 은행(0.08%)과 비교하면 5배 이상이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없다"며 "보호한도 상향으로 보험료 인상 걱정이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