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직 되찾았지만...‘친윤’ ‘빅텐트’ 김문수에 놓인 난제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1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해 후보자 등록 장소로 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했지만, 향후 행보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후보직을 박탈했던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와의 관계부터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등이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김 후보는 11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경선 과정에서는 때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때로는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며 “대통령 후보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후보는 연단 옆으로 자리를 옮겨 큰절을 했다.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놓고 갈등을 빚은 데 대한 사과로 해석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유임됐다. 의총 직후 김 후보와 권 원내대표는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 선출은 부적절하다. 선거기간 전 의원들이 선거 운동에 전력을 다해 매진할 수 있게 역할을 해달라”고 권 원내대표에 당부했다고 서지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향후 선대위원장, 비대위원장 등 대선 활동과 관련한 주요직에서 기존 주류 친윤 세력들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실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이양수 의원에서 박대출 의원으로 이날 교체됐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당원 혁명이었다. 부정의 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으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10일 밤 지도부 주도의 단일화가 무산된 직후 물러났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도 김 후보와 논의해 곧 인선할 예정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발언한뒤 퇴장하자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관건은 당이 단일대오로 대선에 참여하느냐다. 김 후보는 “이제 화합과 통합의 시간”이라고 했지만, 김 후보에 대한 ‘앙금’이 남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당 분위기가 다 손을 놓는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물론 잘못했지만,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김 후보가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한 반감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바라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친한(친한동훈)계는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하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4.30.

김 후보의 ‘빅텐트’도 변수로 부상했다. 김 후보는 “우리 당뿐 아니라 폭을 더 넓게 해서 전체적으로 광폭의 빅텐트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의사를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빅텐트가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김 후보는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경우에는 제도권 정당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 세력과 연대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황교안 무소속 후보와 구주와 자유통일당 후보 등 극우 세력과 손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목사는 이날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한 김 후보에 대해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며 감쌌다.

당내 일각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연대를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러 차례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온 데다,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해 김 후보와 입장이 달라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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