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벤처스퀘어 언론사 이미지

디지털 옷장에서 펼쳐지는 패션의 무한 변신, '패스커' 최현석 대표

벤처스퀘어
원문보기

디지털 옷장에서 펼쳐지는 패션의 무한 변신, '패스커' 최현석 대표

서울흐림 / 7.0 °
차갑게 식어버린 에스프레소 한 잔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최현석 대표는 손짓을 섞어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표정에서는 디지털 패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엿보이지만, 동시에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 잡힌 시각도 느껴진다.

"테크 기업들이 많이 놓치는 건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시장에서 실제로 쓰임 받는 것입니다." 최현석 대표의 말에는 단순한 기술 찬양이 아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스타트업 리더의 냉철함이 묻어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재정립되는 패션의 가치


대형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피팅룸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패스커의 AR 피팅 솔루션이 도입된 매장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스크린 앞에 선 고객에게 AI가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상을 가상 피팅해주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 됐다.

"과거 디지털 패션은 단순히 게임 캐릭터를 꾸미는 액세서리나 시각적 오브젝트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메타버스, NFT, 실물 경제와의 연동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산업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서 패스커의 AR 피팅 시스템을 체험해봤다. 원하는 상품을 터치하자 내 모습이 비춰진 스크린 속에 선택한 의상이 자연스럽게 입혀졌다. 색상과 사이즈를 바꿔가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QR코드를 스캔해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단 몇 분 안에 완료됐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최현석 대표의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 간 소통 방식의 본질적 변화"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술과 창의성의 완벽한 조화

패스커의 AI 룩북 솔루션에 대한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의류 사진 한 장이 다양한 모델과 배경, 포즈로 변형되어 수십 장의 프로페셔널한 룩북 이미지로 탄생하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구성원들에게 늘 고마워하는 건 마음의 상처들을 딛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현석 대표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고마움이 묻어났다. 그는 기술 스타트업의 화려한 면모보다 구성원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듯했다.

"많은 기술 플랫폼들이 창의성을 제한하는 틀이 되곤 합니다. 우리는 반대로 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나 최현석 대표는 이어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AI가 빠르게, 무섭게 진화하고 있지만, AI 피팅 분야는 아직 긴 여정 중에 있습니다. 특히 패션처럼 감성과 미학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이 말에서 기술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고 패션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균형 감각이 드러났다. 실제로 패스커는 8개의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지만, 최현석 대표는 "차별점은 결국 시장에서 쓰임받으면서 축적된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

최현석 대표의 목소리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한층 진지해졌다. "디지털 패션이 환경 문제의 '절대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하지만 올바르게 활용된다면,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죠"


인터뷰 도중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저는 두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의 말에서 기업가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진솔한 고민이 느껴졌다.

최현석 대표는 디지털 샘플링을 통해 실제 원단과 부자재 사용을 줄이고, 과잉 생산을 방지하며, 물리적 소비 의존도를 낮추는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다만 그의 표정에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지하는 냉철함을 읽을 수 있었다.

"핵심은 '의식적인 디지털화'입니다. 기술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지만, 어떤 철학과 목표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한편으로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최근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일본 진출 속도도 조절 중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직면한 현실적 도전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디지털 패션의 미래


인터뷰 말미에 향후 5년의 비전을 묻자, 최현석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 시장 환경이 안 좋아서 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됩니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글로벌 No.1 디지털 패션 플랫폼 구축, 개방형 디지털 패션 생태계 완성, AI 기반 초개인화 패션 경험 제공, 지속가능한 패션의 솔루션으로 인정받는 것 등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는 단순한 '쇼케이스'가 아닌, 디자이너들이 실질적 수익과 팬덤을 만들어갈 수 있는 생태계를 지향합니다."









글로벌 진출과 패션테크의 확장

지난 2월 에프엔에스홀딩스는 일본의 디지털 할리우드로부터 첫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디지털 할리우드는 일본의 유명 서점 츠타야를 소유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산하 교육 기업이다. 2022년 7월 에프엔에스홀딩스와 패션 테크놀로지 분야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큰 어려움은 현지화인데, 디지털 할리우드와 함께하게 돼 든든합니다."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디지털 패션을 글로벌로 활성화해 무분별한 제품 생산을 방지하여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투자는 2022년 4월 진행한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이후 이어진 후속 투자 유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요시무라 타케시 디지털 할리우드 대표는 "에프엔에스홀딩스의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기술 융합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최현석 대표는 최근 투자 얼어붙은 시장 환경에서도 패션테크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전 세계 패션 산업은 현재 약 1조7000억 달러 규모를 지닌 세계 5대 산업 중 하나로, 오는 2026년까지 약 2조 달러 수준의 초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패션테크는 이러한 고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는 같은 패션테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성과도 언급했다. 친환경 소재 베이스웨어 업체 '수푸이', 패션 마케팅 플랫폼 '스타일메이트', 생성형 AI 기반 패션 스타트업 '바이스벌사' 등이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국내 패션테크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현석 대표는 패스커의 최신 프로젝트들을 소개해 주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스포츠웨어, 그리고 인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까지, 패스커는 이미 140여 개 브랜드와 7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패션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읽혔다. 동시에 현실적 과제들을 직시하는 냉철함도 느껴졌다. 패스커의 여정은 마치 디지털 패션 산업 자체처럼 정의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Copyright ⓒ AT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