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JTBC 언론사 이미지

"폭력 맞선 시민 저항 충격"...노벨상 작가가 본 한국은?

JTBC
원문보기

"폭력 맞선 시민 저항 충격"...노벨상 작가가 본 한국은?

서울맑음 / -3.9 °
제주4.3평화상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노벨문학상 수상...반독재 투쟁 뒤 망명 생활
"한국 시민, '저항의 힘' 전 세계 증명"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전쟁 목소리 기록"


벨라루스 출신 작가이자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최근 제주를 찾았습니다. 올해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는 2차 대전을 비롯한 20세기 참사의 숨은 피해자인 여성과 아이, 민간인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77세로, 벨라루스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다 망명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 저항의 삶을 추구한 작가에게 최근 한국의 내란과 탄핵 사태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기사내용]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기자회견/지난달 29일· 메종 글래드 제주〉

독일 베를린에서 제주에 도착한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저는 벨라루스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입니다. 지금도 자유를 위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입니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020년 벨라루스 독재 정권에 맞서는 민주화 시위에 적극 나섰다가 망명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 살아온 나라를 떠나야 했던 그녀는 최근 한국의 탄핵 사태가 잠시 잊었던 사실을 일깨워 준 '충격'이었다 말합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민주주의를 믿었어야 됐구나. 민주주의엔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그걸 바라면 됐는데 당황할 필요가 없었구나.

전쟁과 국가 폭력 등 비극에 맞설 유일한 힘은 시민의 저항이란 사실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우리가 붙잡을 것은 시민 저항의 경험과 그것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 점을 한국 사회가 너무나 탁월하게 전 세계에 보여주고 증명했습니다.

올해 77세인 작가에게 '저항' 은 평생 추구해 온 삶의 태도이자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유일한 돌파구는 총체적인 악, 공포심 앞에서 놀라서 하는 군중 합류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 입니다. 그러다 보면 평범하지 않은 해결책을 함께 찾아내지 않을까요.

여든 살이 가까워 지다 보니 몸의 피로는 어쩔 수 없다며 농담을 건네면서도 매 순간 '저항의 힘' 만큼은 잃지 않으려 애쓴다고 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전쟁 뉴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등) 어울리지 않는 일상에 적응하더라도 살아있는 한, '아니지. 이건 아니지.'라는 저항 정신을 상기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알렉시예비치는 2차 대전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 붕괴 등 20세기를 할퀸 사건을 마주하며 그동안 가려졌던 여성과 아이, 민간인 증언을 기록해왔습니다.

남성만의 경험이라 여겨왔던 역사적 비극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자신의 삶 또는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해 요동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상 저의 예술 자체에서 어떤 영감을 주긴 어려워요.

〈북토크 "기억을 기록하다: 목소리 없는 이들을 위한 문학"/지난 1일· 제주 문학관〉

'목소리 소설'이라는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확립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왜 전쟁 책을 씁니까? 읽습니까? 묻는다면 그건 바로 단 하나입니다. 내가 인간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내 인간성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올해 제주 4.3 평화상을 받은 알렉시예비치는 끊임없는 저항의 여정에 인간이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가치는 이것이라 답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작가]

사랑을 붙드세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강나현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