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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대통령 양산하는 헌법…"대통령 권한 쪼개는 개헌부터"

머니투데이 김훈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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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대통령 양산하는 헌법…"대통령 권한 쪼개는 개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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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1987을 넘어②

[편집자주] 1987년 개헌 이후 작동해온 이른바 '87 체제'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개헌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승자독식, 정치양극화로 대표되는 '87 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87년 헌법 조항과 개헌논의/그래픽=이지혜

87년 헌법 조항과 개헌논의/그래픽=이지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국민 기본권 보장 등을 통해 현재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권력 집중 현상과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라는 한계도 가져왔다.

앞으로의 개헌 논의에선 이 같은 87년 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영하지 못했던 시대 변화를 녹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및 임기 문제다.

1987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직선제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 8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됐고 나머지 대통령들도 본인 혹은 친인척이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의 결말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현상은 모든 행정부, 각종 공공 분야에 미치는 대통령의 막강한 영향력이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몰려있는 권한을 분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조기대선 출사표를 던진 대권 주자의 주요 공약에 개헌이 들어간 것도 87년 헌법이 만든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대안으로는 국무총리가 대통령과 상호견제하며 사실상 내치를 맡는 '책임총리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중간평가 성격으로 재신임을 받도록 하는 '4년 중임제'도 오르내린다.


국회의 권력 역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상이다. 현행 헌법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에 예산 심사권과 탄핵소추안(탄핵안) 의결권 등을 부여했지만 국회에 대한 견제장치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윤석열정부 기간중 국회에서 통과시킨 약 30건의 국무위원·감사원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과 그에 따른 주요 공직자의 업무 공백은 견제 없는 국회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대법관에 대한 탄핵 논의와 청문회 소환 등 국회가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입법·행정·사법을 분리하도록 한 삼권분립 원칙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1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 따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승자독식' 구조는 국회 내부의 자정작용을 무력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군소정당이 선출되기 어려워 국회가 거대양당에 의해 지배되고, 중도 없이 양 진영이 극한 대결을 펼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에서다.

본회의 전 법안 심사권을 지닌 법제사법위원회를 의석수가 두 번째로 많은 당에 맡겨 다수당을 견제하는 일종의 '상원' 역할을 하도록 한 관례도 이젠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 조기 대선에 도전했던 다수의 후보들이 중·대선거구제(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 당선자를 선출하는 제도) 도입, 비례대표 폐지 및 상.하원 양원제 도입 등을 주장한 것도 국회의 승자독식 구조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양원제-중·대선거구제 등을 통해 현재 거대 양당이 양분하고 있는 국회의 권력 지형을 다당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필요성과 함께 부상한 지방자치 강화, 개헌 절차 등에서의 시민참여제도 마련, 유연한 개헌 요건 도입 등도 새 헌법이 담아야할 과제들로 꼽힌다. 87년 헌법에서 미처 반영하지 못했던 5·18 민주화 운동, 6·10 민주항쟁 등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저출생 고령화와 AI(인공지능) 시대 대응, 디지털 권리 도입 등 지난 40년 가까이 반영하지 못했던 시대상도 이번 개헌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해서 "87년 헌법 개정 후 거의 40년이 지나서 한 번에 하려면 개헌이 어려워진다"며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승자독식 구조로 극단화된 진영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진영갈등의 완충장치인 사법부에 대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개헌을 우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이어 "대통령을 중심으로 개헌을 논의하면 일명 '제왕적 대통령'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국민공감대가 확실하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철(왼쪽 두번째) 헌정회장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열린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및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05.  /사진=고범준

정대철(왼쪽 두번째) 헌정회장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열린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및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05. /사진=고범준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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