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외치며 복귀한 김문수…분열 수습·전열 재정비 과제 산적

국민의힘이 추진했던 한덕수 예비후보로의 대통령 후보 교체 시도가 10일 당원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김문수 후보가 공식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당 지도부가 새벽에 단행했던 후보 교체 절차는 정당성 확보에 실패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김 후보는 “사필귀정”이라며 반이재명 연대를 위한 '빅텐트 구축' 의지를 공식화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필귀정, 민주영생, 독재필망, 당풍쇄신'을 제시하며 “모든 것은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나경원, 양향자 후보님들께 감사드리며 반드시 함께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반이재명 빅텐트를 세우겠다”며, 보수 전체와 중도 세력까지 아우르는 연대 정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최근 당내 내홍을 수습하고 선거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 주도의 사상 초유 대선 후보 교체 강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당원 대상 ARS 투표를 실시해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 찬반을 물었다. 하지만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교체안은 결국 부결됐다. 비대위는 밤 11시경 심야 회의를 거쳐 이를 공식 확인했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후보 측도 이날 밤 곧바로 서면 입장을 통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김 후보와 국민의힘의 승리를 기원했다. 사실상 교체 시도의 중심에 섰던 한 후보는 입당 직후 후보로 단독 등록까지 했지만, 당원투표에 의해 다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사태는 주말 내내 극심한 혼란 속에 전개됐다. 김문수·한덕수 후보 측은 이날까지도 단일화 재협상을 이어갔으나,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 여부를 비롯한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김 후보 측은 '50%+50%' 절충안을 수용했지만, 한 후보 측은 전면 거부하면서 틀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오는 11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후보로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후보 지위는 회복됐지만, 국민의힘은 후보 교체 시도 실패로 인한 내홍 수습과 선거 전략 재정비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당 지도부가 자초한 무리한 교체 시도는 절차적 정당성과 전략적 판단 모두에서 논란을 빚었고, 그 결과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러났다. 후보는 정해졌지만, 당의 대선 체제는 실질적으로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보 확정 이후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 체제를 중심으로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벽의 막장 쿠데타는 위대한 당원들의 힘으로 단호히 진압됐다”며 “이제 우리는 후보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야 한다. 저 안철수, 이재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순한 '정통 보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내 반발 세력을 포용하고, 중도층을 끌어안는 확장 전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의 본선 대결 구도 속에서 인공지능(AI), 경제, 외교 등 미래 의제에서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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