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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조합원 니즈 파악 못했나... 용산 패배공식 ‘타운화’ 카드 꺼내

스포츠W 이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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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조합원 니즈 파악 못했나... 용산 패배공식 ‘타운화’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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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






[SWTV=이지한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 정비창전면 제1구역 재개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HDC용산타운’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용산 일대에서 ‘타운화’ 전략을 내세웠던 건설사들이 그간 참혹한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정비창 수주를 기점으로 용산철도병원부지개발, 용산역앞공원지하화개발, 용산역아이파크몰, HDC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과 연계한 'HDC용산타운'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실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월 24일 용산 정비창1구역 현장을 방문해 “HDC타운으로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 조합원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과 안정적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브랜드타운’ 전략은 주로 2010년대 초반 건설사들이 많이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다. 여러 단지를 묶어 대단지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지역 내 랜드마크로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수요 증가에 따른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의 장점이 있다.

다만 부촌이라 불리는 서울 내 주요 지역에서는 거의 사장된 전략이다. 조합원들이 ‘차별성’에 더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에서는 ‘타운화 전략’을 내세운 건설사들이 대부분 ‘더블 스코어’로 패배했다. 브랜드 파워로는 우위에 있었음에도 조합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독이 됐다.

지난 2007년 삼성물산은 용산역 전면2구역 수주전에서 ‘타운화 전략’을 내세웠다. 시공사 선정을 코앞에 둔 전면3구역, 이미 수주한 ‘국제빌딩 주변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공사가 진행 중이던 용산동5가 ‘파크타워’, 용산국제업무지구 심지어 이촌동 렉스아파트 재건축(첼리투스), 왕궁아파트 재건축 등을 연계해 ‘래미안 타운’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당시 금호건설에 매각된 대우건설에게 패배했다. 조합원들이 지역 내 ‘희소성’을 앞세워 단 하나의 명품 단지를 짓겠다는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준 것. 당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표차이는 거의 두 배를 기록했다.

현대건설도 한남4구역에서 타운화 전략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월 한남4구역 수주 당시 현대건설은 기확보한 한남3구역과 연계해 3·4구역을 ‘디에이치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큰 단지를 설계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표를 갈구했지만, 조합원들은 한남뉴타운 내 단 하나의 래미안에 표를 던졌다. 삼성물산은 675표를 얻었고 현대건설은 385표를 얻는데 그쳤다. 더블 스코어의 참담한 패배였다.


◆ HDC 없는 HDC 용산타운 우려

특히 HDC현산의 용산정비창1구역의 ‘HDC타운화’ 전략은 단기적인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DC그룹은 2004년 9월부터 2034년 9월까지 30년 동안 용산역사 철도부지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상태다. 점용기간이 종료되면 용산 민자역사는 국가철도공단에 기부채납된다. 한차례 연장이 가능하나, 향후 다른 기업이 운영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24년 5월 22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특별시, 노원구와 함께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광운대역 물류 부지를 동북권 신생활·지역경제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이미 HDC현산은 본사 이전을 결정한 상태다. HDC현산은 지난해 5월 서울시, 노원구 등과 ‘광운대역 물류부지 동북권 신생활·지역 경제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서울시와 2028년까지 노원구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HDC현산 직원들 다수가 광운대 인근 아파트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게 건설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HDC현산이 그간 운영해온 노하우와 투자금이 있어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비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일부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 HDC현산의 다른 수주 제안들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330m 규모의 스카이브릿지 제안은 최근 서울시의 기조가 경관 저해와 공공개방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스카이브릿지 철회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라 건축심의 통과가 난해한 상황이다. 또 인당 20억원씩 제안한 이주비도 금리 부분을 밝히지 않아 고금리로 책정될 시 조합원들의 이자 부담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조합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않고 한남4구역에서 실패한 현대건설의 전략을 따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브릿지 제안, CD+0.1% 금리제안, 브랜드타운 공헌 등이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에 제안한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부촌의 조합원들은 ‘차별화’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일 단지의 ‘특별함’에 초점을 맞추는 게 주요하다”며 “요즘 분위기로는 단일 단지로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이 내세우는 조건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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