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대통령후보실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10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후보 박탈에 대해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며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이재명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어젯밤 괴물로 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되어있다”며 “그런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또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에게는 반드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회견 직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대선 후보 사무실로 출근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측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 간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자정부터 새벽까지 비대위와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김 후보 대신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전(全)당원 투표를 거쳐 11일 전국위 의결을 마치면 한 전 총리로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가 완료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보 재선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욱 수석대변인, 권 비대위원장, 강명구 의원. 뉴시스 |
당내에서는 김 후보 교체와 관련한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중진 나경원 의원은 “참담하다”며 “이것은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김 후보에 대한 교체 강행은 실익도 감동도 얻을 수 없다”면서 “공정한 경선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 후보를, 설득력 없는 명분으로 교체하려는 시도는 국민의 눈에도, 당원의 마음에도 정의롭지 않게 비친다”고 말했다. 지도부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저는 비대위에서 대통령 후보자 선출 취소 및 재선출 절차의 건에 반대했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절차를 수용할 경우 앞으로 당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 후보와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목소리를 냈다. 한 전 대표는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박정하 의원은 “강원도당위원장 직위를 내려놓는다”며 “저희 당은 간밤 한 시간 만에 대통령 후보 교체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눈앞 현실로 만들었는데, 정당사에도, 민주주의사에도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원들과 저희 당 지지자들이 바랬던 건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였지, 후보 교체라는 이런 막장이 아니었다”면서 “이번 대선에선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원주갑 당협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늘 조롱거리로만 여겨졌던 국민의짐이란 말이 그야 말로 국민의 짐이 되어 버렸다”며 “내 이리될줄 알고 빠져 나오긴 했지만 세X때문에 당원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했다. 전날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지도부는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제 정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단의 순간이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무거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지도부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과 거짓말을 반복하며 갈등을 일으켰다”며 “김 후보는 가처분 신청까지 내서 당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고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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