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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
“무(無)에서 시작하는 거죠.”
베테랑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롯데)가 돌아왔다. 올 시즌 개막 후 49일여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퓨처스리그(2군) 담금질을 거쳐 어렵게 잡은 기회이기에 간절하다. 선수 본인은 “콜업 후 부모님부터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 모든 가족이 웃을 수 있었다. 이제는 (2군에) 내려가지 않을 수 있도록 잘 해보겠다”고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다.
더는 내려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올 시즌 시작을 2군에서 맞이했다. 실전 등판에서도 흔들림이 다소 많았다. 퓨처스리그 7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1승3패 평균자책점 6.90(30이닝 23자책점) 피안타율 0.344에 그쳤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80에 육박한다.
수장의 시선은 냉철하다.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한현희에게 중요한 건 집중력이다. 2군 등판 때보다 더 집중해서 던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1군 보직과 관련해선 “롱릴리프 역할을 포함,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선발과 불펜을 놓고 어느 하나를 못 박진 않으려고 한다. 상황에 맞춰서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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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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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한현희도 자신의 위치를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2022년 겨울 자유계약(FA)으로 3+1년 총액 40억원에 고향팀 롯데에 합류한 바 있다. 하지만 직전 두 시즌 동안 95경기(23경기 선발) 등판, 11승15패 11홀드 평균자책점 5.34(180⅓이닝 107자책점)에 머물렀다.
이 시기를 돌아본 그는 “FA로 온 만큼 욕심도 컸고, 팬들께 부응하고 싶었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잘하려고 하는데 안 되다 보니까 그동안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한현희는 “살아남기 위해 던지겠다”며 “(1군에는) 내 자리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무(無)에서 시작하는 마음이다. 거기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2군 부진을 두곤 “무언가를 새롭게 테스트하는 차원에서의 부진은 아니었다. 2군에선 이상하게 긴장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던지는 느낌이 좀 다르더라. 내 잘못이다. 최대한 빨리 올라오기 위해 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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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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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물론 이 과정에서 얻은 게 없진 않았다. 싱커 재장착이 대표적이다. 전 소속팀 키움에서 던졌던 구종을 다시 던지기로 결정한 것. 한현희는 “스플리터에 가까운 싱커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후 사이드암 투수들이 고전 중인데, 그걸 극복하고자 구종 하나를 추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른손 투수의 싱커는 좌타자 입장에선 반대편 배터박스 밑으로 달아나는, 우타자에겐 몸쪽으로 떨어지는 그림이 자주 나온다. 올 시즌부터 ABS 스트라이크존이 새롭게 하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구종 완성도에 따라 기가 막힌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막연히 ‘잘하겠다’는 표현은 거듭 피했다. 그는 “매 상황 1구 1구 신중하게 던지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상승세인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롯데는 9일 기준 22승16패 승률 0.579를 마크, 정규리그 3위다.
전천후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한현희가 마운드 위에서 힘을 더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시나리오는 없다. 그는 “동료들과 같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팀이 이기는 게 가장 먼저다. 지고 있을 때든 이기고 있을 때든 나가서 잘 던져야 한다. 승리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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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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