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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영사 제공 |
식물의 초록색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시끄러운 도시와 전자화면에 파묻혀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색깔도 초록색이다. 국내에도 스트레스를 낮춰 주는 반려식물이 어느새 반려동물만큼 대세가 됐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반려식물 산업 규모가 2조 42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캐시 윌리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초록 감각'에서 초록색 식물이 실제로 인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먹거나 기르지 않고 초록색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분해지고 행복해지며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숲을 찾는 사람들은 시각 외에도 향기와 소리, 촉감으로 유의미한 건강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록 감각'은 대만과 일본, 중국, 미국, 네덜란드 등 전세계의 관련 연구를 폭넓게 인용해 식물을 보고 듣고 만질 때 받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자연의 소리를 들은 환자들이 스트레스와 통증, 심박수 등 모든 수치가 개선되었다는 연구나 삼림욕으로 생리적 이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는 흥미롭다. 아기조차도 선천적으로 식물에 긍정적 영향을 받게 설계되었다는 주장도 이색적이다.
원예가 미래의 치료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재미있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은 이미 삼림욕을 치료용 수단으로 인정하고 의료진이 처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책에 따르면 특정 질병에 있어서는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기존 치료만큼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캐시 윌리스 교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인간의 식물 선호를 정책 입안에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상원의원인 저자의 정치적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도시화 비율과 비전염성 질병의 증가가 유사하기 때문에 도시에 식물이 가득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녹지로 생물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도시화가 진행중인 우리나라에게도 의미심장하다.
식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다 보니 연구나 조사가 미흡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띈다. '내가 아는 한 이 문제를 상세히 파헤친 연구는 없다'는 말이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약간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직접 조사하기보다는 다른 조사·연구를 취합하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에 다소 주제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캐시 윌리스 교수는 큐 왕립식물원에서 과학 연구 책임자를 지냈으며 영국 상원의 초당파 의원, 영국 정부의 자연자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인간 건강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식물 박물관'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초록 감각, 김영사,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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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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