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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법원 결정에 롤러코스터 … 지도부 단일화 로드맵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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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으며 들어왔지만…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와 함께 의원총회장에 들어서자 의원들로부터 박수와 함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됐으며, 나갈 때는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뉴스1

박수 받으며 들어왔지만…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와 함께 의원총회장에 들어서자 의원들로부터 박수와 함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됐으며, 나갈 때는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뉴스1


보수 진영 대선 후보 단일화가 파국을 눈앞에 둔 상태까지 갔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겨우 되살아났다. 법원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기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금지와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지도부가 준비한 로드맵대로 단일화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이 지나기 전에 전국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 지명 안건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 전후로 다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에서는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고, 김 후보 측은 "법원도 김문수 후보의 지위를 부정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9일 법원은 김 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전당대회·전국위원회 개최 절차나 결정이 민주적 절차와 원칙에 중대하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범위를 넘은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안건은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 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는 것으로 곧바로 김 후보의 지위를 박탈하거나 한 후보로 교체하려는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단일화를 약속한 점도 법원은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후보가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그게 경선 과정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법원은 김 후보의 당무우선권 주장에 대해 전당대회나 전국위원회 개최의 사전적 금지까지 요구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김 후보의 당무우선권도 단일화 절차와 관련해서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현재 당 비대위가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자 자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 않아서 신청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 후보 등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후보자 확정과 관련된 단일화 절차 진행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두 후보 캠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날 오후까지도 정반대 분위기였다. 김 후보가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처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단일화를 즉각 중단해달라"며 당 지도부를 면전에 두고 직격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우리 의원들께서 기대하신 내용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의총장을 떠나버렸다.


오후에는 또 당 지도부가 추진하던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선 안 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힘이 전날부터 진행하던 후보 선호도 조사를 공표할 수 없다는 선관위 공식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직접 실시한 해당 선거(대선)에 관한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8조 12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힘입어 재점화된 단일화 대화는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 후보와 한 후보 측 실무진이 이날 밤 국회에서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 발언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만큼 후보 재선출의 근거가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지도부는 새로운 후보 선출 절차에 앞서 기존 후보의 지위 무효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당 선거관리위원회 심의와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결정할 수 있게 한 당헌 74조의 2를 근거로 후보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 지도부 측 설명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에서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7%였다. 이것이 상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11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날 심야에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당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연이어 소집해 후보 교체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이어 10일에는 곧바로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거친 뒤 과반을 얻은 후보로 단일화를 해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는 계획이다.

당헌상 전국위 의결은 전당대회 의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느냐가 관건인데 이럴 경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동의 없는 단일화 조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어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 후보가 김 후보에 비해 우세하지만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두 후보 지지율은 각각 27.1%로 같았다. 조사는 ARS(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희석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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