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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북 ‘비핵화’ 언급 없이 “대북 압박 중단” 요구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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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핵 문제나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압박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한-미의 확장억지 강화나 한-미-일 군사 협력을 비롯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불안은 커지는 반면 북-중-러의 전략적 협력은 공고해지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열리는 ‘소련의 애국전쟁(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중인 시 주석은 8일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새 시대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작용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 성명은 한국어로 원고지 11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 양국이 “일본 군국주의와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승전국”임을 강조하면서 중-러 양국의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와 함께 두 나라가 추구하는 ‘다극적 세계질서’ 구축을 위한 세계 정세에 대한 입장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선 “정치·외교의 길이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관련국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강압 조치와 억압 정책”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동북아 지역의 군사화, 대결을 유발하는 방침을 포기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 충돌과 대규모 군사 충돌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미국과 한국 등을 향한 요구로 해석된다.



눈에 띄는 건, 이들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진전시키고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재확인하면서도, 북핵 문제나 비핵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 협력 강화 등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나토(NATO)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동진시키고, 아태지역에서 ‘소다자 동맹’을 대대적으로 만들고, 이 지역 국가들을 끌어들여 ‘인도 태평양 전략’을 실행해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핵 공유’ 군사 동맹 구축, ‘확장 억지’ 강화를 구실로 한 핵무기 배치, 전세계 미사일방어시스템과 지상 기반 중거리미사일 시스템 배치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가 확장억지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핵협의그룹(NCG)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등에 대해 중-러가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두 정상은 또 이번 성명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금융 제제를 비롯한 미국 주도의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동성명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우회하여 경제 제재를 포함한 일방적인 강압 조치를 부과하는 것은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에 위배되며 국제 안보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외국 자산과 재산을 몰수하려는 시도를 규탄하며, 피해국이 국제법에 따라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강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회담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회담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번에 11번째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7시간 넘게 회담하면서, 외교·군사·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서 중-러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 개선을 통해 중-러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보란 듯이 중-러의 공고한 연대를 과시했다.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기술과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러시아는 대만 문제에 대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중국의 대만 통일 실현을 위한 조치를 “단호히 지지한다”면서 중국의 입장을 전폭 수용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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