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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출마 선언 일주일…“그야말로 후안무치” 혹평 나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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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출마 선언 일주일…“그야말로 후안무치” 혹평 나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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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올인하다시피 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안정성과 정책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단일화에 매몰돼 이를 뒷받침할 행보는 부족했고 ‘광주사태’ 폄하 논란, ‘보여주기식’ 쪽방촌 방문 논란 등으로 취약한 정치적 역량만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9일까지 한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단일화에 돌입해 대통령 후보 등록일(10~11일) 전까지 보수 단일 후보로 나선다는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쉴 새 없이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몰아붙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돼 법적 정당성을 갖춘 김 후보에 견줘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되레 ‘손 안 대고 코 풀려 한다’, ‘무임승차’라는 지적 속에 김 후보 동정론까지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후보는 여러 자리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이 시급해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때마침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끝날 때쯤인 지난 1일 총리직에서 사퇴했다는 점에서 본인이 그렇게 강조하던 국정 안정을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사실상 대선주자 행보를 이어가던 한 후보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출마용 실적’ 마련을 위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졸속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단일화에만 매달린 탓에 한 후보는 정작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출마 선언 당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러 광주에 방문했으나, 시민들에 의해 참배가 막혔고 다음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광주사태’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같은 날 방문한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도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으나 사진만 찍고 정작 주민들은 만나지도 않아 ‘언론용 포토 투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책 논의도 실종됐다. 대선 출마 3일 뒤인 5일까지도 공약 하나 발표하지 않다가 지난 7일에야 인공지능(AI) 혁신전략부 신설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6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사람과 사람의 단일화보다는 정책과 정책의 단일화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 김문수, 한덕수 두 사람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 안 하고 당사자들도 도외시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0여년 줄타기 관료인생이 저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구나”라며 “퇴장할 때 아름다워야 지나온 모든 여정이 아름답거늘, 저렇게 허욕에 들떠 탐욕 부리다가 퇴장당하면 남는 건 추함 뿐이다. 이건 비상식이 아니라 반상식”이라 지적했다. 신인규 변호사도 8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한 후보는) 남의 집에 들어와서 안방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양심이 없다”라며 “한 후보가 당비를 내봤나. 당원을 해봤나”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날 한겨레에 “한덕수 후보의 지난 일주일은 그야말로 후안무치”라며 “권한대행을 맡은 비상한 시기에 직을 던져버리고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부터가 상식 밖이다. 정치적 탐욕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은 경선도 하지 않고 뒤에서 숟가락만 들고 뛰어드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망치는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는 상황 속에서 정치적인 탐욕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큰 부담을 줬다. 또 대선 비전이나 정책, 가치를 보여주기 전에 단일화에만 매달리는 모습 자체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동안 노출된 한 후보의 경쟁력은 여론조사 지지율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6~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무선 100% 알디디(RDD) 활용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한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36.2%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56.1%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54.9%)의 양자대결에선 37.0%를 얻었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나, 김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높은 것이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두 후보 지지율은 27.1%로 동률이었다. 다만 국민의힘·무당층에서는 한 후보 44.7% 김 후보 34.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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