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비용 받은 것” 주장했지만 기각...법원 ‘수재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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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스1 |
납품 업자에게 수년간 명절 인사비 등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역 농협 임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내연 관계인 업자에게 ‘데이트 비용’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직무와 관련한 돈이라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5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A씨는 농협 마트 점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식자재 납품 업자 B씨로부터 자신과 직원들의 명절 인사비, 휴가 비용, 직원의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6000만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트에 명절 선물세트 가격을 부풀려 납품하게 하고 그 부풀린 금액과 마진을 돌려받는 등 방식으로 3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납품 업자 B씨와 내연 관계였다며 “데이트 비용 명목으로 월 50만~100만원씩 총 3000만~4000만원을 받았을 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경법상 수재죄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을 받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하게 한 경우 등에 성립하는데, 연인에게 데이트 비용을 받은 것뿐이라 수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직무 관련해 약 6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벌금 1억2000만원, 55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발주자와공급자 간의 관계가 결합된 특수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연인 관계에서 통상 주고받거나 ‘데이트 비용’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에 비해 과다하고, 시점이 명절이나 하계 휴가철 무렵으로 특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돈을 받은 일시·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금액과 명절 선물세트 가격을 부풀려 납품받아 챙긴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직무 관련해 6000만원 이상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다소 감형한 3년 6개월에 벌금 1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등 죄책이 무겁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다만 수사 개시 전 수수한 금품을 초과하는 7억5000만원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특경법상 수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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