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에 유감 표명·정치 중립 의지 확인 등 안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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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전국 판사들의 대표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절차와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 침해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후보 대법원 선고 이후 이어진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에 대응하고 사법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임시회 소집을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임시회가 소집될 예정이고, 일정과 장소는 추후 구체화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법관회의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한 법관대표의 제안으로 임시회의 소집 여부에 대한 비공식 투표를 진행했다. 당초 투표 시한은 전날 오후 6시였으나 이날 오전까지 연장됐다. 전날 투표 종료 시점까지 회의 소집에 찬성한 인원은 정족수에 1명 미달한 25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회의는 과거 판사들이 주요 사건 때마다 목소리를 내다가 2003년 서열 중심의 대법관 인선 관행에 일선 판사들이 반발한 ‘4차 사법파동’ 때 처음 정식 명칭을 달고 소집됐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태 때 대법원장 견제 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2018년 상설화됐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임시회의를 열고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임시회의 안건으로는 ‘대법원의 이례적 행보에 대한 유감 표명’ ‘법원의 정치적 중립 의지 확인’ 등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 1일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의 사법화’ 비판이 이어졌다. 법원 내에서는 법관회의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와 사법부 신뢰 회복 방안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시회의에서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의결할 경우 사법부 내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법관 탄핵 등 사법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한 규탄’ ‘독립된 재판에 대한 정치개입 금지’ 등 사법 독립성 관련 안건도 건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안과 특검법 발의, 청문회 등을 예고하며 사법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사안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많기 때문에 법관회의 논의 안건을 신중히 정해서 사법부가 외부의 사법 독립 훼손 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 소집 결정에는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은 사법부에서 먼저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의해 사법부가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이 후보 상고심 이후)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상징성을 (법관회의가)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관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후 조 대법원장 특검법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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