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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9연승-18년 만의 단독 선두' 한화, 이유있는 돌풍

이데일리 이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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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9연승-18년 만의 단독 선두' 한화, 이유있는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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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독수리 군단’ 한화이글스의 돌풍이 매섭다. 이쯤 되면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한화가 10-6으로 이기면서 9연승으로 단독 1위를 달성하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이글스 경기. 한화가 10-6으로 이기면서 9연승으로 단독 1위를 달성하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20년 만에 9연승을 내달렸다. 개막 후 줄곧 선두를 지켰던 LG트윈스를 2위로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한화가 정규시즌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건 2007년 6월 2일 이후 약 18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1위를 찍었던 2007년 당시 한화는 8개 구단 중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다.

절대적인 힘은 마운드다. 선발과 구원 가리지 않고 나오는 투수들마다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 3.16은 10개 구단 중 KT위즈(3.11)에 이어 2위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발투수 5명이 시즌 개막 후 이탈없이 로테이션을 책임지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6승), 라이언 와이스(5승), 류현진, 문동주(이상 4승), 엄상백(1승) 등이 모두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한화가 환골탈태한 결정적 이유는 코칭스태프의 힘이 크다. 특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지도자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조합이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 감독은 아버지처럼 팀의 중심을 잡는다.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한 선수에게는 확실하게 출전 기회를 준다. 그런 그를 선수들은 믿고 따른다.

과거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를 이끌 당시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면, 지금의 김 감독은 많이 유연해졌다. 젊은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서현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제구 난조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겪던 김서현에게 직접 전화해 “잘 하고 있다. 투구폼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평소 선수들과 사적인 연락을 거의 주고받지 않기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예상치 못한 감독의 전화를 받은 김서현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후 투구폼 수정을 멈추고 고교시절 던졌던 원래 투구폼으로 돌아갔다. 이후 거짓말처럼 제구 불안이 사라졌다. 김서현은 올해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우뚝 섰다. 11세이브로 구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문동주가 부상에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줬다. 감독의 신뢰를 등에 업은 문동주는 시즌 개막 후 확실한 선발투수로 부활했다.

김 감독이 선수단의 아버지라면 양 코치는 어머니같은 존재다. 명 투수코치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 감독, LG 트윈스 감독, LG 단장 등을 역임했던 양 코치는 투수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멘탈까지 세심하게 관리한다. 칭찬과 격려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지난해 한화에 오자마자 선수 개개인에게 손 편지를 쓴 일화는 양 코치가 어떻게 선수들과 소통하는지 잘 보여준다.


김 감독은 투수 운영에 대해선 양 코치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 경기 전 투수에 대한 칭찬이 나올 때마다 김 감독은 “양 코치가 잘 이끌어준 덕분”이라며 단골 멘트를 쏟아낸다.

한화가 이처럼 잘 나가니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경기에서 질 때도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목놓아 불렀던 한화 팬들은 이제 진심으로 행복한 마음이다. 대전 신구장을 개장한 한화는 올 시즌 치른 19차례 홈경기 가운데 16번이나 1만7000석이 매진됐다. 매진 아닌 날이 이상할 지경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갈 길이 멀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언젠가 상승세는 꺾이게 마련이다. 내리막길에 접어들 때 얼마나 연착륙을 잘하면서 다시 상승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감독도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방심’이다. 그는 “‘한 번 정도는 져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팀이 느슨해진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오늘은 오늘의 야구를 하면서 계속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