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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진행된 대한하키협회 2025 심판 자격 검정 당시 모습. 협회 |
대한하키협회 관계자들이 대회 기간 카드 도박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협회 소속 상임 심판과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도자와 함께 도박을 했다는 제보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경기 승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과 이사 2명, 상임 심판과 심판 부위원장, 강원도 동해시체육회 관계자 등 6명이 지난달 22, 23일 강원도 동해시 모 숙소에서 카드 도박을 했다는 제보가 협회에 전달됐다. 23일에는 전화로, 29일에는 이메일로 민원이 접수됐다.
해당 기간은 제44회 협회장기 전국남녀하키대회가 동해 썬라이즈 국제 하키경기장에서 열리던 때였다. 남녀 중고등부와 남녀 대학부, 남자 일반부까지 38개팀이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열전을 펼쳤다.
이런 와중에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대회 기간 숙소에서 연이틀 도박판을 벌인 것이다. 이는 당시 도박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복수의 하키 지도자들에게 자랑처럼 말을 하면서 알려졌다. 수십만 원의 판돈이 오갔다는 정황이다. 대회에 출전한 학생 선수의 부모도 이를 전해 들으면서 소문이 퍼졌다.
이에 협회 고창석 총괄 이사가 지난달 25일 급히 동해시로 달려가 질서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고 이사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위원회에서 해당 심판을 불러 의견을 들었는데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러나 민원이 접수된 만큼 관련 사안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키 관계자들은 협회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6명이 도박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는데 상임 심판 1명만 불러서 진상 조사를 했다는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협회가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쉬쉬 하면서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카드 도박 자체도 문제지만 심판들과 중학교 팀 감독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 중 1명은 해당 학교의 경기에 2번이나 심판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함께 도박을 하다 보면 돈을 딸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지만 지도자가 일부러 심판에게 몰아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니 승부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짚었다.
해당 사안은 스포츠윤리센터에도 접수가 됐다. 센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지난달 29일 하키 대회 중 관계자들이 도박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면서 "조사관이 배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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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대 대한하키협회장으로 선출된 성용식 회장(왼쪽)과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 협회 |
한국 하키는 역대 올림픽에서 여자팀이 1988년 서울 대회,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팀이 2000년 시드니 대회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남자팀은 2012년 런던, 여자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제32대 협회장으로 당선된 성용식 회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 경쟁력과 경기력을 강화하여 2028년 LA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또 남자팀의 3회 연속, 여자팀의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에 대해 "지역별 팀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소년 선수 발굴 및 육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침체된 한국 하키를 재건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 회장 취임 3개월여 만에 협회 관계자들이 도박 추문에 휩싸였다. 기업인인 성 회장은 제29대 협회 부회장을 맡아 전폭적인 지원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지만 임기 초반 중대한 사안이 벌어졌다.
한 관계자는 "하키가 세계 무대는커녕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힘든 상황인데 협회를 이끌어가야 할 관계자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면서 혀를 찼다. 도박을 했다는 제보 민원 속 인물 중에는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도 있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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