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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일화 난장판, 대선 포기하고 당권 투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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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가 8일 국회 사랑재에서 2차 회동을 갖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가 8일 국회 사랑재에서 2차 회동을 갖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기자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대선 후보 등록을 불과 이틀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후보, 한덕수 무소속 후보는 서로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정면충돌했다. 김·한 후보는 8일 2차 공개 회동에서도 별다른 합의 없이 설전만 벌였다. 김 후보가 “후보 등록 후 다음 주 금요일까지 방송 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하자”고 한 데 대해 한 후보는 “후보 등록 뒤에 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니 당장 하자”고 했다. 김 후보는 거부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김 후보의 태도 돌변이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경선 직후 단일화를 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TV 토론에서 입장 발표도 했고 그런 내용의 팻말을 들기도 했다. 김 후보의 그 말을 믿고 많은 국민의힘 의원과 당원이 지지했고 이 때문에 후보로 당선된 것이 사실이다. 만약 김 후보가 “즉시 단일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김 후보가 막상 후보가 되자 말을 180도 뒤집고 있다.

김 후보가 뒤늦게 후보 등록 후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무소속인 한 후보가 버티지 못하고 사퇴할 것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 후보는 법원에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도 냈다. 한 후보에 대해선 “유령” “동네 국회의원 선거도 안 해본 그를 추대하는 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국민이 다 보고 있다.

지금 보수 측 후보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미치지 못한다. 명분 있는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국정 비전과 국민 통합 방안을 제시해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오로지 정략과 치졸한 이익 계산뿐이다.

국힘 안팎에선 “어차피 대선에선 이기기 힘드니 대선 후 당권을 장악하고 1년뒤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암투에 들어간 듯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초에 친윤 의원들이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후보를 띄운 것부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다.

친윤들이 한 후보를 앞세워 당권을 지키고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 공천권까지 쥐려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 측에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지사로 나가려는 사람이 모여들어 단일화를 막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경선에서 탈락한 주자들도 대선 선대위 참여를 피하면서 당원 모집 등을 통한 독자 세력화에 나서는 것도 당권과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 때문이라고 한다. 대선은 뒷전인 채 모두가 당권과 공천권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 한심하고 기막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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