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조항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받는 혐의를 범죄 범위에서 빼는 안이다. 다수 정당이 자당 후보 이익에 부합하는 ‘맞춤형 선거법’을 일방 추진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선거판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주도했고,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찬성했다. 민주당이 고치려는 건 선거법 250조 1항이다. 당선을 목적으로 출생지, 가족관계, 신분, 직업, 경력, 재산, 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하는 조항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행위’를 빼려고 한다.
‘행위’ 삭제 추진이 문제가 되는 건 이 후보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은 근거였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면 의율 근거가 사라지니, 법원은 이 후보에게 면소(소송 조건 미충족으로 실체 판단 없이 소송을 끝냄)를 선고해야 한다. 이 후보와 민주당으로선 근본적인 사법 리스크 해소책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선거 기간에 △특정 정당 주도로 △신속하게,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당락을 가르는 '기초 룰'인 선거법은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합의 처리하는 게 관례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룰을 다수결로 관철하는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푸는 의회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자율 규제가 통하는 민주주의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한국 선거 질서는 깐깐한 선거법에 의해 유지되는 면이 있다.
이 후보 문제가 아니더라도 선거법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다. 지나치게 자율성을 제약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유권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대선이 끝나고 모든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어떤 조항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에 방해가 되는지 면밀하게 연구해, 선거법 전반을 다듬는 식으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옳다. 그게 정치의 사법화를 예방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 후보 혐의 조항을 ‘원포인트’로 바꾸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이 후보가 외치는 국민통합에도 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