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사설]“알량한 후보” “대국민 사기극”… 막장으로 치닫는 국힘 내홍

속보
선관위 "사전투표 과정에 관리 부실 있어…국민께 깊이 사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2025.5.8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2025.5.8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가 8일 2차 회동에서도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체가 생중계된 1시간 회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 “왜 뒤늦게 나타나 청구서를 내미느냐” “(나와) 단일화하겠다고 22번 말했다. 당장 결판을 내자”며 팽팽히 맞섰다. 이들의 회동 전엔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에 “한 전 총리를 꽃가마에 태우려는 대국민 사기극”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한심하고 비열한 짓” 등 거의 자해 수준의 말폭탄이 오갔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당 지도부는 각각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김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끝낸다는 당 지도부를 향해 제3자에게 당 후보 지위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14일 토론, 15∼16일 여론조사로 단일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 후 단일화는 허구”라며 이틀간의 단일화 선호도 여론조사를 이날 시작했다. 당 후보 의사와 무관한 단일화 절차 강행도, 이에 맞선 법적 분쟁도 전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단일화 내전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단일화 시점을 미루겠다는 태도이고, 당 지도부는 새 대선 후보 지명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우세할 경우 이를 근거로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시도하면 가처분 소송 등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사흘 남은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당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당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런 광경은 당 지도부와 김 후보, 한 전 총리의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지도부는 과거 친윤 세력의 당 대표 찍어내기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김 후보를 몰아세우고 있고, 김 후보는 즉각적 단일화 약속으로 표를 얻어 놓고는 시간을 끌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당원도 아니면서 당에 단일화 방식을 일임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

모두 각자의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만 빠져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당권이든 공천권이든 챙길 수 있는 것부터 챙기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2등을 위한 단일화’인지 ‘당 후보 축출’인지 알 수 없는 이런 막장 드라마가 나올 수 없다. 대선은 설령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가 중요하다. 누가 최종 후보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건 보수의 대표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을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다. 지금 국민의힘은 눈을 부릅뜨고도 헛꿈에 사로잡혀 자멸의 벼랑으로 달려가는 몽유병 환자 같다.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