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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주먹을 쥐고 있다(왼쪽).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연합뉴스 |
8일 이틀째 이어진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꽃가마’를 타려 한다고 저격했고,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약속을 어겼다’고 후벼팠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양쪽 지지자 등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1시간 넘게 생중계된 회동에서 두 사람은 감정싸움에 가까운 이런 주장만 도돌이표처럼 주고받다 돌아섰다.
먼저 발언을 시작한 한 후보는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김 후보는 4월19일부터 5월6일까지 22번이나 (저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만약 (단일화를) 제대로 못 하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 후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 버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는 건, 미국이 레이건 정부 때 슈퍼 301조로 통상 개방 압력을 넣었을 때 우리 정부가 ‘개방하고 싶지만 시간이 안 맞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기 싫다는 얘기”라고도 했다. 김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하자는 당 지도부에 맞서 ‘16일까지 단일화’를 주장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한 후보는 “(전날 끝난 당 조사에서) 당원들도 김 후보와 제가 단일화하라는 의견이 87%”라며 당심과 명분이 자신에게 있다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는 “당의 모든 결정에 따른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경선 참여를 하는 게 옳지 않냐”며 “선거운동도 안 하고, (후보) 등록도 안 하겠다는 말씀이면, 단일화도 아니고 (후보) 자리를 내놓으라는 거 아니냐”고 반격했다. “왜 (경선) 다 끝난 다음에 나타나서 청구서를 내미냐”고도 했다. 한 후보가 단일화 시기·방법 등 모든 문제를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거듭 밝힌 데 이어, 이날도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두 후보는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가 “경선은 경선대로 해놓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왜 후보님을 (돕냐)”고 하자, 한 후보는 “지도부와 논의한 적 없고, 국민의힘 의원들 전화도 받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다면 해당행위”라고 맞받았다. 김 후보가 “자기는 입당도 안 한 상태에서”라고 하자 한 후보는 “자기라는 (말은) 비하 같다. 그렇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 후보는 경선 불참을 문제 삼는 김 후보에게 “미국의 관세폭탄 대응 방향도 못 잡았는데, 무책임하게 떨쳐버리고 대선에 나가겠다고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쳇바퀴 도는 대화는 두 사람의 포옹으로 끝났지만, 3차 회동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김 후보가 전날 밤 언론에 알리고, 이날 경북 구미를 방문했던 한 후보가 일정을 취소한 채 상경하면서 성사됐다. 방송 생중계 역시 김 후보 쪽 요구였다. 한 후보 쪽 이정현 대변인은 “저희에게 연락 없이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해도 좋다. 저희는 속보를 보고서라도, 언제 어디든 간다”며 에둘러 항의했다. 두 사람의 회동으로 당이 이날 오후 4시로 열려던 단일화 토론회는 취소됐다.
11일까지 단일화를 요구하며 전날부터 단식 중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회동 장소인 국회 사랑재 앞 집결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모인 의원 30여명은 김 후보에게 “단일화 꼭 해달라”고 외쳤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등장하자 “김문수”를 연호한 반면, 한 후보가 등장할 땐 욕설을 하며 “한덕수 사퇴”를 외쳤다. 한 시민은 회동 장소로 들어가는 김 후보를 가로막으며 “똑같은 내란 공범끼리 무슨 단일화냐. 둘 다 출마 자격 없다”고 소리치다 제지당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참석한 관훈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단일화돼서 본인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면, 당에 입당한다는 것”이라며 “무소속으로 등록도 입당도 안 한다는 유령과 단일화하라는 게 정당 민주주의냐”고 한 후보와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또 “짜여진 각본에 의한 ‘한덕수 추대론’”이라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한 후보는 구미에서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분께 큰 실례와 결례 또는 정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며, 전날 김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고 한 데 불쾌감도 표시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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