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정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이 8일 ‘조희대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을 연기해 정치적 파국은 피했지만,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부터 이례적으로 빨리 나온 상고심 선고까지 조 대법원장의 정치 개입 정황이 분명했다고 보고 이 기회에 그의 거취 문제를 일단락 지어 차기 정권의 사법개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강훈식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8일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사법부가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길은 단 하나”라며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상황실장은 “이미 현직 부장판사들도 이번 ‘사법 쿠데타’를 비판하며 등을 돌렸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도 요구 중”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정치 개입에 나선 사법부의 독립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은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 사법은 권위가 곧 정체성인데, 그의 권위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조 대법원장 등을 불러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기로 한 데 이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특검법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재판 연기 이후 조 대법원장 등에 대한 탄핵 카드는 일단 칼집에 넣어둔 상태지만, 국민적 관심이 식기 전에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린 책임은 엄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027년 6월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조 대법원장이 정권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며 두고두고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원내대책본부의 한 의원은 “이미 ‘사법에 의한 3차 내란’으로 규정할 정도로 중차대한 사건인 만큼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다음 정권의 사법개혁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압박이 자칫 ‘입법 권력의 횡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지만, 법관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사법부의 자정 의지를 일단 확인하고, 사후에 정치권이 나서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지원 고한솔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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