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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 폰세 와이스 외에도 올해 가세한 엄상백 또한 공이 느린 선수는 아니다. 리그 평균 이상은 간다. 여기서 특별한 선수가 바로 팀의 토종 에이스인 류현진(38)이다. 류현진은 한화 선발 투수 5명 중 구속이 가장 느리다. 보통 시속 140㎞대 초·중반의 공을 던진다. 류현진도 “내가 평균 스피드를 다 떨어뜨리고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동료들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류현진도 전성기 때는 언제든지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좌완으로 150㎞은, 우완의 155㎞의 가치와 맞먹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창 좋을 때는 95마일(153㎞) 수준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어깨 수술, 팔꿈치 수술이 겹치면서 이 구속은 계속 내려갔다. 메이저리그 경력 막판에는 “90마일(145㎞) 나오면 그날은 잘 던지고, 90마일이 안 나오면 불안하다”는 웃픈 분석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팀 평균 구속은 떨어뜨릴지 몰라도, 팀 마운드의 수준은 높이는 선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지난해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은 복귀 시즌이 생각보다 험난했다. 많은 팬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류현진이라면 나이가 들었어도 KBO리그 최고 투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58⅓이닝을 던지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하필 그 대상이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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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를 보면 말 그대로 ‘스로잉’ 아닌 ‘피칭’이다. 공 하나를 자유자재로 넣었다가 뺀다. 볼 배합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강한 피칭도 매력이 있지만, 어떤 코스에 어떤 공이 들어올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류현진의 투구는 보는 맛이 충분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좋은 몸 컨디션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그래서 때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있지만 노련하게 이겨간다. 다 경험이고, 다 실력이다.
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진가가 드러났다. 투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안 좋은 날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볼 수 있어서다. 올 시즌 앞선 7경기에서 경기 최다 4사구가 2개였던 류현진은 이날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하나를 내줬다.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노련하게 이 위기를 극복하며 5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다. 삼성 타자들의 수를 훤히 꿰뚫는 듯한 피칭으로 밸런스와 구위 난조를 이겼다. 안 좋다, 안 좋다 했는데 실점은 한 점이었고, 결국 승리투수로 팀의 8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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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시대에 구위파 선수가 유리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류현진이 지금껏 경력보다 힘든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류현진답게 그 과제를 풀어나가고 있고, 이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교과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살짝 균열이 있었던 류현진이라는 브랜드가, 다시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예 안 될 것 같을 때보다, 될 것 같은데 안 될 때가 타자들의 심리를 더 깨뜨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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