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7일 새만금신공항 계획 부지인 수라갯벌에서 오동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찍은 항공기 조류충돌 위기 사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제공 |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은 제가 지난 50년간 (환경 영향을) 평가해온 수많은 공항 건설 사례 가운데서도 가장 부실하고 파괴적입니다.”
세계적인 환경설계학자 랜돌프 T. 헤스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명예교수가 정부의 ‘새만금신공항 건설계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헤스터 교수를 비롯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샤론 맥도널드 독일 훔볼트대 석좌교수 등 국내외 과학자 10명이 지난 6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대한 국내외 과학자 의견서’ 내용이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은 오는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 1308명이 공항건설 계획 취소를 요구하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했다.
과학자들은 의견서에서 “새만금공항 부지로 예정된 수라갯벌은 새만금 지역에 마지막 남은 자연갯벌로, 최소 59종의 국가 법정보호종과 27종의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라며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추진된 공항 개발 계획은 새만금 전체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지역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한국 갯벌’의 생태적 기반을 강화하는 핵심 생태축(Ecological axis)”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생태·환경 전문가들의 이 같은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최영래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부교수, 고예강 오레곤대 부교수, 나일 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 등은 새만금신공항 건설 계획이 수라갯벌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국제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기구인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서천갯벌의 훼손 가능성을 알리는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학자들은 새만금신공항 건설이 세계적인 철새 이동 경로이자 서식지인 충남 서천갯벌과 전북 수라갯벌의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크다는 점과, 공항 건설 예정지가 조류 밀집지역으로 정부 내부 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았다는 점을 지속해서 지적했다. 실제 2021년 9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새만금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새만금신공항의 조류충돌 위험도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비해 최대 630배에 달한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
최재천 교수는 의견서에서 “정부가 한쪽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곳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며 “애초에 공항 건설 계획은 잘못된 발상이었고, 지금은 무책임한 정책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라갯벌에서 또 다른 항공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도 또 참사가 반복된다면, 국내외 전문가들이 분명히 경고했던 일이란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항건설 취소를 촉구하고 있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1심 선고가 예정된 15일은 한국의 사법 역사뿐 아니라 지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부디 재판부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수라갯벌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수많은 목숨을 죽이는 생태학살·기후붕괴의 공범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시민들이 ‘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의견을 담아 보내온 엽서 내용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며 시민들의 마음을 전했다.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 600여명이 보내온 엽서에는 “공항은 언제라도 만들 수 있지만 갯벌은 만들 수 없다”, “우리가 띄워야 할 것은 비행기가 아닌 생명의 미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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