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공개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이 코앞인데도 김문수 후보와 당 지도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사이에 싸움이 고조되면서, 누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될지 알 수 없는 아수라장이다. 윤석열 탄핵 반대에 이어 대선 후보 결정에서도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존재의 이유를 자문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상황은 몹시 어지럽다. 김 후보는 8일 당 지도부에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면서, 오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앞서 “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한 후보에게 역제안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도 만났으나, “단일화를 일주일 연기하자는 건 ‘하기 싫다’같이 느껴진다”(한 후보), “왜 경선 끝나고 나타나 청구서를 내미냐”(김 후보)고 맞서다 헤어졌다. 후보 등록 마감 이후에는 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국민의힘의 자금·조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무소속’ 신분이기 때문에 당과 한 후보 모두에게 단일화 의미가 없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예고한 대로 이날 저녁부터 9일 오후까지 단일화 관련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에 돌입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말해, 이를 토대로 한 후보로 교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법적 대응을 예고해, 국민의힘 최종 후보를 법원이 결정하는 상황마저 예상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경선 때 단일화를 약속한 김 후보에게 뒤통수 맞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지금 벌이는 일은 말이 ‘후보 단일화’지, 사실상 한덕수로의 ‘강제 후보 교체’다. 수십억원을 들여 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용병’ 초빙을 위해 끌어내리려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 훼손이고, 공당의 책임성을 걷어차는 행위다. 이는 손쉬운 ‘반이재명 연대’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구태다.
단일화가 어떻게 결론 나든, 국민의힘은 이미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 한덕수를 후보로 만든다 한들, 단일화의 상승효과는커녕 당 내분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캠페인에 힘이 붙기 어렵다. 자기희생이나 노력은 없이 친윤계 주류가 마련한 ‘꽃가마’에 올라타 ‘기호 2번’ 명찰을 달겠다는 자가 유권자의 마음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로지 당권 잡기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이 걱정해야 할 것은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민주정당으로서의 존립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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