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단기주주이익 극대화하려 상환 강행…자본확충 노력 조속히 해야"
"이달 중 재무상황 평가 확정되는 대로 상응 조치"
"이달 중 재무상황 평가 확정되는 대로 상응 조치"
이세훈 수석부원장, 홍콩 ELS 손실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000400]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재무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적기시정조치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롯데손보가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유감"이라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당국으로서 당혹스럽고,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어 "롯데손보 재무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규제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도 상응하는 조치 중 하나"라며 "이달 중 3월 말 결산과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와 관련한 검토가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작년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해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거나 분기 말 지급여력(K-ICS) 비율이 100% 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가 조기상환을 이례적으로 강행하는 것에 대해 "배경을 확인할 수 없지만, 다른 보험사와 달리 재무적 투자자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있어서 증자하지 않고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구성이 어떻든지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기본적인 자본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롯데손보 측이 유상증자 등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시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MBK파트너스 이슈에서 당국도 사모펀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금융업에 사모펀드 등의 지배를 허용해야 하는지 관련해서 과거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과거 우려사항 등을 종합해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날 롯데손해보험은 이날로 예정됐던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를 연기했다. 이는 금감원이 감독규정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콜옵션 행사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환 이후 킥스 비율을 150%를 유지해야 한다는 감독규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작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4.6%지만 이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을 적용한 경우이며, 원칙모형 적용시 킥스 비율은 127.4%로 떨어진다.
회사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서도 올해 3월 말 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에 현저히 미달한다.
금감원은 "현행 감독규정에 따라 후순위채 상환후 킥스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150% 미만인 경우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려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롯데손보가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금감원이 정정신고를 요구해 실질적인 발행이 어렵게 했다는 롯데손보측 주장에도 금감원은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해 회사에 관련 투자 위험을 기재하도록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롯데손보는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같은 해 3분기 수치만으로 1월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인 2월 13일 당기 순이익이 91% 감소한 잠정실적을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손보는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롯데손보 제공] |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는 금감원이 감독규정상 요건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불승인해 문제가 초래됐다고 주장하지만, 법령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당국이 어떤 의견을 준다고 하더라도 법 위반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롯데손보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감독당국 승인 없이 조기상환을 추진하는 것은 관련 보험업법 등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손보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8일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는 중이며,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면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예탁원 역시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것이 입장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이 개별 회사 건전성 이슈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2022년 흥국생명 사례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었고 해외 발행 채권이었던 반면,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롯데손보는 국내 발행 채권"이라며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에는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롯데손보의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는 대부분 증권사를 통해 개인·법인 투자자 등에게 리테일로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만약 후순위채 조기상환 조건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채로 판매됐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으므로 피해 발생 시 검사 등에서 확인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손보 측은 이와 관련, "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콜옵션 행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방법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투자자보호 및 채권시장 안정위해 상환을 결정한 것이고 당국이 예탁원에 사후 조치를 했다니 우리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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