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민주, 대법원장 자진사퇴 압박 공식화…법관회의 입장 표명하나

서울맑음 / 15.5 °
조희대 대법원장 향한 압박수위 최고조…李도 지지의사
'사법부 독립 상징' 대법원장, 사퇴요구 응할가능성 낮아
법관회의, 청문회 전 의견표명 가능성…거취 최대 변수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김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상고심 ‘유죄 취지’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8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공식적으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향해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시라”며 “그것만이 자신이 무너뜨린 사법부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권 의식에 찌든 법관들이 국민 주권을 찬탈하려 했던, ‘희대의 난’을 일으킨 당사자가 분명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며 조 대법원장 사퇴 없인 현재의 대법원을 향한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특히 법원 내부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한 법관들의 공개적인 비판과 사퇴요구가 나오고 있는 점도 사퇴 요구의 이유로 들고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현직 판사들이 실명을 걸고 사퇴를 촉구하고, 법관 회의 소집 요구까지 분출하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했다.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퇴요구를 하면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도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오는 1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후보 상고심 판결의 ‘정치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청문회를 개최하고, 여기에 조 대법원장과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1인을 모조리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당초 7일 이 후보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가 이번 달 15일로 잡았던 1회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자, 서울고법 등에 대해선 대응 강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조 대법원장을 향해서는 압박 강도를 이어가고 있다.


청문회·고발·특검 이어 탄핵소추까지…민주, 폭주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과 특검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소추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뒀다. 박 대행은 “청문회와 특검 추진도 고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들을 살피고 탄핵 여부도 고려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사건 당사자인 이 후보도 당의 초강경 대응에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선대위 직능본부 정책협약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들이 어떤 생각하는지 당에서 반영해서 결정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으로선 조 대법원장이 사퇴할 경우, 대선승리 시 차기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까지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입법·행정에 이어 사법권력까지 입맛에 맞는 인선이 가능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 6월까지다.


법조계“대법원장, 정치권 압력으로 사퇴하진 않을 것”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민주당 압력에 굴복해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법원 내부의 시각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상고심 판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대선 관여’ 주장 역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잇다.

더욱이 조 대법원장이 정치권 압력에 자진사퇴를 할 경우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 압력에 굴복했다’는 최악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 내부의 시각이다. 대법 판결 선고 시점에 대한 법원 내부의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법원 안팎에서 법관대표회의의 입장이 조 대법원장 신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 독립의 상징적 존재들인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법관대표회의가 어떤 식으로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원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법관대표회의에서 민주당의 사퇴 요구, 조 대법원장을 향한 청문회, 특검, 고발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에 따라 조 대법원장의 거취도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사태가 대법원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법관들이 집단적 의사 표시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