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락 / 공인노무사 / 대상노무법인 대표
오는 5월 30일, 지상파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방영을 시작한다. 주목할 점은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공인노무사'라는 사실이다. 변호사, 의사, 기자처럼 익숙한 전문직이 아닌 노무사가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단순한 드라마 설정을 넘어, 노동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사회적 갈등이 대중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무사 노무진'은 억울하게 일터에서 밀려난 이들을 위해 싸우는 생계형 노무사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유령을 보는 노무사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현실의 노동 문제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차마다 등장하는 노동자 유령의 사연은 해고,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실제 노동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를 반영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공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법정이나 의료 드라마가 법이나 의학의 영역을 다뤘다면, 이 드라마는 노동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사 갈등과 인간적 공감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통해 노무사라는 직업을 일반 대중에게 새롭게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공인노무사의 역할은 노동 관련 언론 보도나 단막극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노무사가 실제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노동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9월, 필자가 대표로 있는 대상노무법인의 소속 노무사가 MBC의 직업탐방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에 출연해 노무사가 수행하는 주요 업무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방송 이후에는 당시 출연 노무사가 노동전문 언론지에 '공인노무사의 사회적 위상 제고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필자 역시 '노무사, 인기 자격시험 자리매김…희소식'이라는 제목으로 현 언론 매체에 노무사의 역할과 전망을 조명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하여 방송과 미디어를 통한 노무사 소개는 실제로 자격시험 지원자 증가, 노무사 상담 수요 확대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공인노무사는 단지 노동관계 법령을 해석하는 전문가에 머물지 않는다. 근로계약의 체결과 해지, 해고의 정당성, 징계 절차, 직장 내 괴롭힘, 산업재해 보상, 임금체불 등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집단적 노사관계에 이르기까지, 노무사가 다루는 문제는 법과 현실, 사람과 자본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기업) 측에도 인사노무 파트의 자문역할을 하며, 갈등의 현장에서 이해와 조정, 분석과 해법을 제시하는 실무 전문가다.
최근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노동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노무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산업안전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무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통상임금 이슈에 따른 임금체계 변경 등 새로운 노동 이슈에서도 노무사의 현장 상담과 법률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공인노무사 수와 노동상담 건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법률서비스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노무사의 사회적 위상은 여전히 일부 대중에게 낯설 수 있다. 현실적으로 아직은 높지 않은 인지도, 업역 침해 문제, 제도적 한계 등 과제도 적지 않다. 노무사의 사회적 쓰임이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또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다. 이를 위해 업역 수호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그 전제가 되는 첫걸음이 바로 사회적 인지도와 위상제고일 것이다.
필자는 자신한다. 누구나 일해야 하고, 또 그 일을 떠날 수 있는, 그리고 언젠가는 일을 떠나야만 하는 시대. 노무사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미디어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공인노무사는, 법 영역의 전문성과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력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내 직장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문가'로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 생각된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픽션의 형식을 빌려 보이지 않는 노동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거울 속에서 더 나은 노동사회를 설계할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가 단순한 흥미를 넘어, 노동권과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노무사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전문가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김경락 공인노무사(대상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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