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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과 보험으로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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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시장과 영세 사업장은 대개 노후화된 전기 설비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고도화된 예방설비를 도입하기 어려워, 화재 발생 시 피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많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현실에서 ‘아크 차단기’ 기술을 화재 보험과 연계하는 방안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아크 차단기는 전기 화재의 주요 원인인 아크(arc, 전기적 방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전류를 차단하는 기기다. 기존 누전 차단기보다 월등히 높은 화재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아크 차단기를 보급하면, 보험사는 손해율을 줄이고 소비자는 안전 확보와 보험료 혜택이라는 이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설치 비용과 보급 확대의 동력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전략적으로 개입이 중요해진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류창고 및 전통시장 등 전기화재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아크 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행정고시를 예고했다. 매우 고무적인 정책이다. 기술의 실효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전기화재 예방의 기준을 상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단순 고시에 그치지 말고 이런 제도적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과 보조금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설치 부담을 완화하고, 보험사와 협력해 설치 시 보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 내 전통시장, 영세공장, 복지시설 등 고위험군을 우선 대상으로 아크 차단기 설치를 유도하고, 조례 제정이나 안전보조금 지원 정책을 통해 지역 맞춤형 재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지역별 재정 여건에 따라 차등 지원하거나, 지역 보험조합과 연계해 공동 사업 모델을 구성하는 것도 효과적 방식이 될 것이다.

관계부처는 민간 보험사와 협력해 ‘아크 차단기 인증 제품’을 기준으로 보험료 감면 제도를 공식화하고, 이를 고시나 표준약관 개정 등을 통해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전기화재에 취약한 모든 산업시설과 주거 및 복합시설을 대상으로 재난안전기금 등을 활용한 전국 단위의 보급 확대 전략도 추진하는 것이다.


해외 시장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중동, 남미 등은 전기 인프라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전기화재에 취약하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아크 차단기는 소형으로 설치가 간편하고, 사후 관리 비용이 낮아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

정부의 수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K-안전기술’로서의 인증을 획득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한 해외 시범 보급 사업을 통해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또 국제 보험사 및 현지 정부와 손잡고 ‘보험과 연계된 예방기술’이라는 패키지 모델로 진출한다면, 국제 사회에서의 기술적 신뢰도와 K-안전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기술은 사회의 안전과 복지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기술 혁신과 보험의 융합은 새로운 형태의 안전복지 모델을 창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정책 개입으로 사회복지 확대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제적 협력 전략으로 국내 기술의 글로벌 경쟁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상선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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