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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5.05.08. |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김문수 대선 후보가 당이 제시한 단일화 로드맵을 사실상 거부하자 김 후보를 향해 “김 후보의 지지율이 한덕수 후보의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 후보가 나왔겠나”라면서 버럭 화를 냈다. 이날 비대위 회의는 침묵과 성토의 장이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며 “오늘 오후 TV 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분 후보께 제안했고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비상대책위원장인 제가 지겠다”며 “이재명 독재를 막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비난, 그 어떤 책임도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특히 “단일화는 김 후보의 약속”이라며 “후보가 되면 즉시 한 후보부터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던 김 후보께서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많은 분이 의아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후보가 조금 전 회견에서 ‘한덕수 후보를 누가 끌어냈냐’고 했는데 바로 김 후보가 불러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은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 우리는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하고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 이것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80%가 넘는 당원들이 ‘단일화해라. 그것도 후보 등록 전에 해라’라고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며 “그러면 김 후보는 이에 따르면 된다”고 했다. 전날(7일) 국민의힘이 당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가운데 82.82%(21만 2477명)가 ‘김·한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86.7%(18만 2256명)는 ‘후보 등록일(5월 11일)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원의 명령을 무시한 채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 아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민주화 투사인지,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경기지사,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우리 당의 중견 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 정치는 본인의 영위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느냐고요? 한 후보는 당원과 국민들이 끌어낸 것이다. 지지율이 안 나오면 어떻게 끌어내겠냐”라면서 “김 후보의 지지율이 한덕수 후보의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 후보가 나왔겠나”라고 소리쳤다. 김 후보가 전날(7일) 한 후보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후보 등록할 생각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 후보 간 만나서 서로 대화하고 근접시킬 기회를 완전히 다 막아놓고 이렇게 하는 사람 누구냐”며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그래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후보 스스로 한 후보와 전당대회 직후 바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인제 와서 한 후보를 끌어낸 게 당 지도부 책임이라고 하나. 당 지도부가 그렇게 힘이 있었으면 대선에 나갔지, 대선에 관여했겠냐”고 항변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 수많은 국민과 당원들을 움직일 힘이 지도부에 있었으면 제가 대통령 후보로 나갔을 것”이라며 “그렇게 논리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국민과 당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김 후보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단일화를 꼭 좀 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기호 2번으로서 단일화도 아니고 결과에 따라서는 정당 선거 운동 경비를 전혀 집행할 수 없는 단일화 로드맵을 김 후보가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14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5~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며 당이 제시한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일 전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김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의 진의는 한 후보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단일화 제안”이라며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단일화 로드맵”이라고 했다. 이어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1일까지 후보 등록이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돼 있는데 후보 등록이 끝나고 선거 운동이 시작된 15~16일에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 정당 기호 2번으로서 단일화가 아니다. 단일화 결과 만약 한 후보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수백억 원의 정당 선거 운동 경비를 집행할 수가 없다”며 “허심탄회하게 모든 것을 열어놓고 기호 2번으로서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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