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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당 지도부, 손떼라…내주 토론-여론조사로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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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끌어내리려는 지도부 작업 확인

시너지 검증위해 일주일간 각자 선거운동후

14일 토론·15~16일 여론조사뒤 단일화하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8.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8. 뉴시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후보 단일화란 미명으로 정당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주 수요일 방송토론과 목요일, 금요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자”고 제안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로 당선된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당 지도부의 작업을 어제밤 늦게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 전 총리를 향해서도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계셨나. 그래서 당의 치열한 경선이 열리고 있을 때 대행 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리고 있었는데 경선 후보들은 모두 들러리였나”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강압적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며 “단일화는 시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 간 각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하고 담주 수요일에 방송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합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 규정돼있는 ‘당무 우선권’도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며 “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는 강압적 단일화 요구 중단하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가자”고 했다.

이날 당 지도부가 준비하고 있었던 한 전 총리와의 토론회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겠다”며 “이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 이 반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폭거를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7일 전격적으로 만났지만 후보 단일화 합의에 실패했다. 김 후보는 “의미 있는 진척이 없었다”며 “한 후보께서는 ‘모든 것은 당에 다 맡겼다. 당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말씀을 확고하고도 반복적으로 계속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도 “특별하게 합의된 사항은 없다”며 “당에서 단일화에 대해 입장을 정해 달라. 그 입장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와 직접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논의하는 대신 국민의힘이 결정하는 단일화 방식을 따르겠다는 얘기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간 첫 단일화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강행 절차에 착수했다.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한 것. 당 지도부는는 “(후보가 동의하지 않아) 토론회가 무산돼도 여론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오후 6시 유튜브 생중계로 토론회를 열고,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 때처럼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진행한다. 국민여론조사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참여하도록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로드맵을 강행할 조직 정비도 마쳤다. 기존 선관위원장이던 황우여 전 대표는 전격 사퇴했고, 단일화를 추진해 온 이양수 사무총장이 단일화 과정을 총괄하는 선임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당 지도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김 후보는 7일 회동 후 입장문을 내고 추가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에게 8일 오후 4시에 뵙자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도 “시간이 되는 대로 김 후보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김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두 사람의 회동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김 후보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친 후보를 당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려는 해당행위 하고 있다”며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몇몇 사람들이 작당해 대통령 후보까지 끌어내린다면 당원 동지,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나.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단일화냐 후보 교체냐”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승리를 위한 후보단일화는 절실한 과제지만 단일화는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방식으로 추진돼야 그 위력이 발휘된다”고도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 기자회견문]

안녕하십니까?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김문수입니다.
5월 3일 전당대회 이후 저는 하루도 마음 편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제가 직면한 것은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당 지도부의 작업이었고 그 결정적 사실은 어제 밤 늦게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 동안 싸워왔습니다.
정당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안타까운 사태는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의힘 지도부에 묻고 싶습니다.
본선 후보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덕수 후보께 묻고 싶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서 우리 당의 치열한 경선이 열리고 있을 때 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입니까?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듯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경선 후보들은 들러리였습니까?
한덕수 후보는 당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습니다.
단일화는 시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합시다.
다음주 수요일에 방송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 합시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의 길입니다.

단일화를 해 봤자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합니다.

저 김문수는 당 지도부에 요구합니다.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십시오.
저는 어떤 불의에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강제단일화는 강제적 후보교체이자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즉시 중단하십시오.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합니다.
현 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갑시다.

저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겠습니다.
그리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러나 저 김문수는 이 시간 이후에도 한덕수 후보와 ‘나라를 구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지켜봐 주십시오.
저는 정말 부끄럽습니다.
이 나라를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선거를 승리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 사태를 막아내겠습니다.

저 김문수, 정정당당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싸울 줄 아는 후보입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2025년 5월 8일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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