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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우파' 인식 강해진 위험한 대한민국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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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현안과 사회적 난제에 대한 ‘한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합의가능한 해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층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한국인에 대한 오해⑫


그래픽=강준구

그래픽=강준구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부지법에 대한 습격과 폭력적 공격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우파정치 특히 극우정치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한국에 소위 극우적 태도를 가진 유권자들은 어느 정도 있을까. 진보정책연구원과 한국사람연구원, 한국리서치는 헌법재판소 탄핵재판 직후인 4월 4~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보-보수' 척도뿐 아니라 '좌파-우파' 척도를 사용하여 본인과 주요 정당에 대한 정치성향을 조사했다.

"나는 좌파" 14%, 우파는 21%


전통적 진보-보수 측정 방식인 11점 측정(0점 매우 진보, 5점 중도, 10점 매우 보수)한 결과, 진보(0-4점)층이 23.8%, 중도 41.6%, 보수층(6-10점)이 30.7%였다. 반면 극단적 좌파, 온건 좌파, 중도, 온건 우파, 극단적 우파로 분류한 경우에는 좌파 14.0%(극단 좌파 0.9%+온건 좌파 13.1%), 중도 56.4%, 우파(온건 우파 19.4%+극단적 우파 1.5%) 20.9%로 나타났다.

우파나 좌파는 어떤 사람들인가? 예상대로 진보적 입장을 좌파, 보수적 입장을 우파라고 생각했다. '극단적 좌파'로 정의하는 사람들은 '진보-보수 측정'에서 평균 0.85점, '온건 좌파'는 3.29점을 기록했다. 중도는 5.06점, 온건 우파는 6.87점, 극단적 우파는 평균 8.42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전 대통령, 이재명 전 대표의 이념성향을 좌-우 척도로 물어본 결과도 비슷하게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우파라고 보는 시각이 각각 64%, 57%로 나타났다. 이재명 전 대표(69%)와 더불어민주당(61%)에 대해서도 좌파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래픽=강준구

그래픽=강준구


좌파 vs. 우파, 탄핵에 대한 현격한 의견차이


좌파와 우파, 극우와 극좌가 구분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인구학적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전 집단에서 중도가 다수였지만 고연령층, 남성, 영남 거주자 및 대학 재학 이상에서는 우파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40~50대, 여성, 호남 거주자, 월소득 600만 원 이상 계층에서는 좌파 정체성 비율이 높았다. 진보-보수척도의 결과와 유사하다.

그래픽=강준구

그래픽=강준구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진영 간 뚜렷한 차이가 발견된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라는 진술에 대해 극단 좌파의 100%, 온건 좌파 86%, 중도층의 79%가 동의한 반면, 온건 우파의 55%, 극단적 우파는 49%만 동의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극단적 좌파에서 중도층까지는 탄핵 찬성이 68~100%에 달했지만, 온건 우파에서는 46~49% 수준이었다.

두 차례 탄핵을 거치면서 진보-보수의 틀 대신 좌파-우파 호칭이 확산되었고, 특히 극좌 혹은 극우 등 극단적 세력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좌파와 우파, 극좌와 극우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분할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최소한 주관적 평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좌파-우파라는 호칭은 진보-보수에 비해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 개념인데도, 좌-우 정체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도 반길 일이 아니지만 진보-보수가 함께 전제하고 있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합의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진보정책연구원 한국사람연구원 조사 개요
이번 진보정책연구원 한국사람연구원 조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조사의뢰자: 진보정책연구원 및 한국사람연구원 선거여론조사기관: (주)한국리서치 조사지역: 전국 조사일시: 4월 4일(금) ~ 7일(월) 조사대상: 만 18세 이상 남녀 조사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 자체 개발 앱을 통해 URL 발송) 표본의 크기: 1,000명 피조사자 선정방법[전화조사의 경우 유·무선(RDD, 휴대전화가상번호 등) 응답비율을 포함한다]: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응답률: 8.1%(총 22,539명에게7 발송, 12,384명 접촉, 1,000명 응답 완료)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3.1%포인트. 기사에서 인용된 기타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