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6]
후보 단일화 ‘75분 빈손 회동’
韓, 회담 결렬뒤 말없이 떠나… 뒤이어 나온 金 “대화 어려웠다”
韓, 단일화 무산땐 사퇴 언급에… 金 “이런 분 누가 끌어냈느냐”
후보 단일화 ‘75분 빈손 회동’
韓, 회담 결렬뒤 말없이 떠나… 뒤이어 나온 金 “대화 어려웠다”
韓, 단일화 무산땐 사퇴 언급에… 金 “이런 분 누가 끌어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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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가) 모든 것은 당에 다 맡겼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단일화 관련) 의견 진척이 없었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회동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식당. 한 전 총리는 오후 6시 1분 먼저 도착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벽을 응시했다. 이어 2분 뒤 김 후보가 도착하자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 후보를 맞았다. 미소를 띤 두 사람은 양손으로 반갑게 악수를 했지만 곧 뼈 있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에게 “우리 후보님 정치 오래하셨으니까 굉장히 익숙하시겠네”라고 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총리님도 여러 가지 많이 하셨는데”라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모두 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 회동을 시작했다.
김 후보의 전날 밤 제안으로 전격적으로 열린 회동이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약 1시간 15분 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나흘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 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것.
● 1시간 15분 만에 끝난 빈손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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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질의 응답 없이 곧바로 식당을 떠났다. 한 전 총리 측 이정현 대변인은 “특별하게 합의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만찬 회동을 마친 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따로 식당을 나왔다. 한 전 총리는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곧장 식당을 떠났다. 한 전 총리 측 이정현 대변인은 “특별하게 합의된 사안은 없다”며 “당에서 단일화에 대해 입장을 정해 달라. 그렇게 입장이 정해지게 되면 그 입장에 응할 것이고 그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입장을 전했다.
한 전 총리는 회동 1시간 반 전인 이날 오후 4시 반 서울 여의도 본인의 대선 캠프에서 예정에 없던 ‘단일화 관련 입장’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단일화 방식에 대한 모든 결정을 국민의힘에 일임했다. 결정하고, 바로 실행하면 된다. 내게 물을 것도 없다”고 했다. 회동 직전 김 후보에게 ‘11일 전 단일화’를 협상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면서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당 지도부에 모두 맡기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
한 전 총리가 떠난 뒤 식당을 나온 김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한 전 총리는 모든 것은 당에 다 맡겼다고 반복적으로 (말) 했다. 의견 진척이 없었다”며 “(얘기를) 더할 것은 없고, 대화가 조금 어려웠다. ‘다시 만날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니 (한 전 총리는)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가 11일까지 단일화가 무산되면 사퇴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 전 총리도) ‘무소속 출마할 생각도 없고, 후보 등록 자체에 대한 어떤 계획이나 준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고 했다. 당 지도부가 자신을 교체하기 위해 한 전 총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와의 회동 자리에서도 “(한 전 총리에게) 대선 후보가 되려면 진작에 사표 내고 당으로 들어와서 경선을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그때는 나라가 어려워서 사표를 내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캠프 조용술 대변인은 “당 입장은 김 후보에게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당무우선권 아래 있다”고 했다. 한 전 총리가 단일화 방식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아닌 김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반박한 것이다.
● 金-韓 8일 2차 회동 가능성
양측은 2차 회동 가능성을 일단 열어놨다. 김 후보는 공지를 통해 ‘한 전 총리에게 내일 오후 4시에 뵙자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은 ‘김 후보자 제안대로 오후 4시에 김 후보를 먼저 만나 뵙고 오후 6시에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면, 일정을 조정해 성실히 응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전날 중단했던 대선 후보 활동을 8일 관훈클럽 토론회 참석으로 재개한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제 남은 일은 당 지도부가 벌이는 일을 진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후보 측인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회동시간 도중 식당을 나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우여 전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오늘 저녁 바로 선관위를 다시 열어 내일 후보자 토론, 모레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화) 후보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두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합의하든 결렬되든, 선관위가 지금까지 기능을 하고 있으니 그 이후 진행될 부분을 준비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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